화려할 것 없이 소박한 오솔길이 길게 이어지는 천보산맥길을 하루종일 걸었다. 긴 산행의 끝자락에서 김삿갓 풍류길을 만났다. 해질녁에 둘러보는 양주시 회암동의 풍류길이 잔잔한 기쁨을 안겨 주었다. 자연에 순응하여 물 흐르듯 살고자 했던 김삿갓의 시들을 감상하며 산길을 배회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신선놀음이다. 그동안 나는 꿈쩍도 하지 않는 바윗덩어리를 들어올리겠다는 객기를 부리며 살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일이다. 진달래꽃 피어나는 따스한 봄날에 다시 한 번 거닐고 싶은 풍류길이다.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많은 시를 여기에 옮겨서 적어본다.
산과 물
산 기운은 칼 같아서 우뚝 서 하늘을 찌르고
물은 군화소리를 배웠는지 진동하며 흐르는구나
산은 물을 건너려고 강어귀에 섰는데
물은 장차 돌을 뚫으려는 듯 돌머리를 돌아가네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하여 강어귀에 서있고
물은 돌을 뚫기 어려워 돌머리를 돌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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