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몽골문화촌에서 오남저수지까지 천마지맥길 걷기 - 2016년 11월 12일

빌레이 2016. 11. 13. 10:40

토요일 새벽 시간에 산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것이 참 오랜만이다. 왼손이 아직은 재활 치료 중이지만 갑갑함을 견디기 힘들어 보고픈 친구들과 함께 가는 주말 산행을 계획한다. 상봉역에서 7시 28분발 경춘선 전철을 타기 위해 플랫폼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두 달여만에 만나는 산친구들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마석역에서 하차하여 몽골문화촌으로 가는 330-1번 버스를 기다린다. 역앞의 광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따뜻한 차를 마시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한기를 달래본다. 운동도 하지 못하고 분주히 보낸 일주일 탓에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 아침 공기엔 벌써 초겨울의 쌀쌀함이 배어있다. 아침 9시경에 몽골문화촌 입구를 들머리로 하여 계곡을 따라서 주금산에 오르는 등산로에 접어든다. 


단풍잎을 비롯한 활엽수의 잎들은 거의 떨어진 숲속에서 이제는 노랗게 물든 낙엽송 군락이 주인공이다. 아침 햇살을 받아 환해지는 낙엽송의 노오란 빛깔이 따뜻한 온기를 전해준 때문인지 몸의 한기도 서서히 사라지는 듯하다. 주금산 정상으로 향하는 두 갈림길에서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쉰 후에 왼쪽 갈래길을 따라서 오른다. 철마산 방향으로 진행하는 천마지맥길을 가장 빨리 탈 수 있는 코스를 택한 것이다. 잣나무가 가로수처럼 일렬로 심어져 있는 다소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서서 어느새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지는 천마지맥길로 합류한다. 남쪽으로 향하는 능선길에서 첫 번째로 나타난 봉우리 위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텐트 한 동은 여유있게 칠 수 있는 면적의 평탄한 땅 위에 잔디가 깔려있다. 여느 공원에 있는 것처럼 잘 만들어진 벤치 두 개가 나란히 앉아 있는 이 곳은 정말 편안한 쉼터이다.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간식과 따뜻한 허브차 한 잔이 곁들여지니 일류 까페가 부럽지 않다. 너무 편안해서 계속 머물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금 발걸음을 옮긴다. 내마산을 거쳐서 철마산 정상까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내리막길에서는 낙엽이 켜켜히 쌓인 산길이 미끄러워 조심성 있게 진행한다. 인적이 거의 없는 산속에서 우리들의 낙엽 밟는 소리만 요란하다. 별 대화 없이 묵묵히 걷고 있는 그 순간을 즐기고 싶어서 혼자서 생각나는 노래를 읊조려 본다. 서울의 산에서는 대할 수 없는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신다는 생각에 피곤함도 사라진다. 내마산과 철마산 중간 지점에서 점심을 먹고 힘을 내어 철마산 정상에 도착한다. 다소 쌀쌀한 바람이 불지만 구름 사이로 보이는 빛내림 현상이 이채로워 주변 풍광을 둘러보면서 잠시 머물러 본다. 진접 방향의 산등성이에도 노란 낙엽송과 푸른 잣나무 군락이 지도에서 다른 색깔로 칠해서 영역표시를 해놓은 듯한 형상이다.  


철마산 정상을 내려서서 복두산 이정표를 보고 지맥길을 벗어나 오남저수지 방향으로 하산길에 접어든다. 동네 산책길처럼 편안한 산길이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복두산까지 내려온다. 복두산에서 오남저수지로 내려가는 평소 다니던 넓은 길로 가지 않고 저수지 상류 방향의 오솔길을 따르기로 한다. 다소 가파른 길에 낙엽까지 듬뿍 쌓여 있는 내리막길이 미끄러워서 등에서 땀이 날 정도다. 그래도 조심해서 안전하게 잘 내려오니 오남저수지 둘레길 상단의 다리로 연결된다. 다리를 건넌 곳에 설치되어 있는 운동시설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긴 산행을 마무리 한다. 비록 아픈 왼손이 조금은 불편했지만 일곱 시간이 넘는 동안을 산우들과 함께 길게 산길을 걸었다는 것이 감사하고 만족스럽다. 오남저수지의 둘레길을 따라서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오면서 친구들과 나누는 정담 속에 하루 해가 저물어 간다. 희노애락이 교차하는 우리네 삶이다. 마음의 분노와 몸의 고통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요즘이다. 그래도 고통은 밤하늘의 별과 같은 것이라는 톨스토이 선생의 글귀를 생각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다시 주어지는 삶이 아니기에 내 앞에 놓여진 하루 하루를 소중한 시간으로 엮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