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운악산 산행 - 2016년 12월 3일

빌레이 2016. 12. 4. 05:55

한 해를 반추하게 되는 마지막 달로 접어들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비교적 알찬 한 주간을 보냈다. 그간 자일을 함께 묶었던 친구들과 함께 운악산을 찾는다. 신선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청룡능선으로 향한다. 눈썹바위 위의 봉우리를 처음으로 올라본다. 암벽등반을 같이 한 친구들이 모인 탓인지 괜스레 바위를 타고 싶어진다. 처마 같이 튀어나온 눈썹바위의 좌측 벽에 붙어본다. 장비가 없으니 안전하고 쉬워 보이는 루트를 골라서 오른다. 손가락 골절상의 통원 치료는 하루 전에 끝났다. 이제는 꾸준한 재활 훈련으로 예전의 컨디션을 되찾는 일만 남았다. 부상 당했던 왼손 손가락이 아직은 완전하게 구부려지지 않는다. 자연히 바위를 잡는 왼손에 온전히 힘을 실을 수가 없다. 그래도 다시 자연바위의 듬직한 감촉을 손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롭다.


병풍바위와 미륵바위 전망대를 차례로 지나면서 운악산의 빼어난 절경을 감상한다. 안전 시설물이 잘 갖추어진 바윗길을 올라서 널찍한 만경대 정상 위에서 따스한 햇살에 온몸을 맡긴다. 잠시나마 나른한 겨울 햇살 속에서 게으른 일광욕을 즐겨본다. 다시 몸을 움직여 지척에 있는 운악산 비로봉이라 새겨진 정상석을 보고 좌회전하여 능선길로 내려간다. 길 옆의 남근바위 전망데크에서 한가로운 점심 시간을 갖는다. 이제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화려한 조망을 간직한 청룡능선을 뒤로하고 현등사와 대원사를 넘나드는 절고개를 지나서 백호능선으로 접어든다. 호랑이의 잔등 같이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지는 백호능선을 걷고 있으면 운악이 아닌 다른 산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곤 한다. 마지막 봉우리 위의 넓은 데크에 도착해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을 등지고 앉아 한참을 쉬면서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산행을 마치고 운악산을 벗어나 서울로 돌아와서 간단한 뒷풀이 시간을 갖는다. 도봉역 부근의 음식점과 맥주집에서 올 한 해의 등반에 대한 서로의 소감을 나눈다. 한참 열정적인 등반을 이어 나갈 수 있었던 황금 같은 가을 시즌에 예기치 않은 부상을 당했던 것이 나로서는 아쉽고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다. 내가 뜻하는 대로 모든 일이 잘 풀릴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이제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손가락 부상 이후의 내 삶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오히려 더 많아졌다는 점도 다행스런 일이다. 암벽등반으로는 휴식기라 할 수 있는 겨울 동안 손가락 재활 훈련 뿐만 아니라 건강한 몸과 마음을 잘 가꾸는 일에 열심히 임할 것을 다짐해본다. 그렇게 준비를 잘 해서 내년에는 한층 더 원숙하고 만족감 높은 등반을 많이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