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샤모니의 가이앙 암장이 부럽다

빌레이 2016. 9. 13. 05:31

지난 여름 아내와 함께 프랑스의 샤모니에서 8박 9일 동안의 휴가를 보냈다. 숙소는 가이앙 호수와 암장 바로 옆에 자리한 소박한 호텔이었다. 자연스레 거의 매일 호수와 암장 주변을 산책하게 되었다. 호텔의 잔디밭에 앉아 있으면 몽블랑과 보쏭 빙하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인다. 가이앙 호수는 샤모니 시내에서 몽블랑익스프레스 기차로 두 정거장, 도보로는 30여분 떨어진 거리에 있다. 호수 주변의 평화로운 풍광이 좋아서 일부러 이 호텔을 예약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잘한 결정이었다. 등반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3년 전에 잠시 등반한 적이 있는 가이앙 암장을 좀 더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 눈에는 가이앙 암장이 실내를 벗어나 대자연 속에서 암벽 등반을 즐기고자 하는 클라이머들을 위한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갖춘 것으로 보인다. 더이상의 장소를 찾기 힘들 정도로 어느 것 하나 아쉬움이 없다는 생각이다. 우선 암벽의 루트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암벽의 형태는 직벽, 오버행, 침니, 크랙 등이 골고루 산재하고, 초보부터 고난도 등반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난이도의 루트가 펼쳐져 있다. 암벽의 높이도 충분해서 세 피치 정도의 멀티피치 등반까지 연습이 가능하다. 암장 바로 옆의 전나무 숲에 둘러싸인 두 개의 연못은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과 클라이머의 마음까지 잠시 쉬어가게 해 준다. 암벽을 오르다가 돌아보면 뒷편으로 알프스의 영봉들이 장대한 파노라마를 장식한다. 암장 앞에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함께 주변의 아름답고 황홀한 풍광은 등반의 긴장감을 말끔히 해소시켜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도로가의 주차장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잔디밭을 걸어서 암벽에 닿을 수 있으니 접근성 또한 최고로 좋다. 


암벽 루트는 잔디밭 앞에서 끝나지 않는다. 좌측 숲속의 아늑한 자리에도 난이도 높은 다양한 형태의 바윗길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알파인 등반보다 암장에서의 오름짓을 좋아하는 클라이머들이라면 더욱 좋다. 호수 주변의 캠퍼들처럼  캠핑카 타고 와서 며칠 간 머물면서 가이앙 암장에서만 놀다 간다고 해도 그들에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어린이에서 노인들까지 거의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암벽을 즐기는 모습은 다분히 환상적이다. 모든 것이 부러울 수 밖에 없는 천혜의 환경을 갖춘 가이앙 암장인 것이다. 조금은 답답한 실내 암장에서 유료로 운동할 수 밖에 없는 요즘의 현실을 돌아볼 때 가이앙 암장의 모든 환경이 새삼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