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세르보(Servoz)에서 베흐(Lac Vert) 호수 다녀오기

빌레이 2016. 8. 12. 20:24

샤모니 시내의 빵집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숙소를 나선다. 이제 익숙해진 몽블랑익스프레스 기차 시간표에 맞추기 위해 호텔 앞에 있는 가이앙 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아서 호수 바로 옆에 있는 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역에 거의 도착할 무렵부터 잔잔한 호수 표면 위로 빗방울의 동심원들이 파문을 일으킨다. 아무래도 오늘 날씨는 비가 많이 내릴 기세다. 우리처럼 아침 식사를 위해 찾은 아빠와 딸의 모습이 정겨운 빵집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느긋하게 아침을 먹으며 날씨를 관찰한다. 아무래도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아내와 함께 어떤 계획으로 하루를 보낼까 하고 상의한다. 샤모니 주변에서 비 오는 날 걷기 좋은 곳을 생각 하다가 기차를 타고 샤모니 밖으로 나가보기로 한다.


호텔 투숙객들에게 제공되는 대중교통 무료 이용 카드로는 스위스 국경 근처인 북쪽의 발로신에서부터 반대편의 세르보 마을까지의 몽블랑익스프레스를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하늘이 밝아보이는 세르보 방향의 기차를 타고 베흐 호수에 다녀오기로 결정한다. 세르보역에서 하차하여 이정표를 따라 마을로 들어가는 동안 비는 이미 말끔히 그쳐있다. 피츠장벽을 바라보면서 베흐 호수까지 천천히 올라간다. 하얀 뭉개구름과 몽블랑 산군의 설산이 쉬어가는 곳마다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알프스 산골 마을의 목가적인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르몽(Le Mont) 마을을 지나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전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한참 동안 올라가니 눈앞에 라끄 베흐가 불현듯 나타난다. 불어로 라끄(lac)가 "호수"를, 베흐(vert)는 "초록색"을 뜻하는 말이므로 라끄 베흐는 "초록 호수"라는 의미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숲으로 둘러싸인 베흐 호수는 살아 있는 자연의 청아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청정한 호수의 아름다움에 취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에 바쁘다. 날씨가 맑았다면 더욱 고운 물빛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속까지 훤히 바라다 보이는 투명한 호수 속에는 물고기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호수 주위를 돌면서 담소를 나누고 주변 벤치에서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아름다운 풍경 중의 하나이다. 다시 세르보 마을로 내려올 때의 풍광 또한 새로움을 선사한다. 나무가 없는 팀버라인 위의 알파인 지대에 있는 호수의 모습과는 또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베흐 호수를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