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더위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이지만 산에서 더위를 이겨내 보려고 한다. 동료 교수님들과의 평일 등반이 약속된 날이다. 오전 10시에 구파발역에서 세 사람이 모여 의정부 가는 34번 버스를 타고 효자동 마을회관에서 하차한다. 시구문까지의 짧은 어프로치에도 땀이 절로 난다. 땀바위 아래의 나무 그늘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원효 릿지 등반에 나선다. 슬랩을 올라서서 골짜기를 내려다 보면서 그늘에 앉아 잠시 쉬는 동안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준다. 산 아래의 도심에서는 전혀 맛볼 수 없는 신선함이 깃들어 있는 산바람에 가슴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이다.
치마바위를 가로질러 원효봉 정상으로 향하는 바윗길을 천천히 안전하게 올라간다. 원효봉 8부 능선 즈음의 전망 좋은 쉼터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이 너무 좋아서 한참을 쉬어간다. 생각 같아선 늘어지게 낮잠 한숨 자고 싶어지는 곳이다. 원효봉 정상을 지나쳐서 염초 릿지에 올라선다. 그동안 강한 햇살을 받은 탓에 바위 표면이 뜨거울 지경이다. 그리 어렵지 않은 염초 직벽을 등반하는 데도 조심스러워진다. 높은 습도 때문인지 홀드를 잡는 느낌이 썩 좋지만은 않다. 조금씩 미끌리는 듯한 촉감 때문에 평소보다 초크를 자주 사용하게 된다.
책바위를 지나 자일 하강을 마친 곳의 서늘함이 마음에 쏙 들어서 또 한참을 쉬어간다. 하루 종일 햇볕을 직접 받지 않은 곳이라서 점심을 나눠 먹으며 쉬어 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서 장군봉부터 백운대 정상까지의 구간을 등반해야 하는 출발점에 선다. 파랑새 릿지와 염초 릿지가 만나는 장소이다. 많은 물이 필요한 날씨 속의 등반이라 식수가 거의 바닥난 상태이고 체력도 많이 소진된 듯해서 냉골로의 탈출을 결정한다. 냉골 숲의 서늘한 기운이 자꾸만 손짓하는 듯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다.
냉골의 옹달샘에 도착해서 더이상 식수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물을 마신다.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석간수의 물맛이 그야말로 꿀맛이다. 우리 세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는 샘터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서로에게 등목을 시켜준다. 땡볕에서 많은 땀을 흘려야 했던 피부가 새롭게 숨을 쉬는 듯한 개운함이 느껴진다. 다시 힘을 내서 호랑이굴이 있는 고개를 넘어 백운산장에 도착한다. 산장에서 맥주 한 캔과 아이스크림으로 에너지를 보충한 후에 하산을 시작한다. 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한 시각에 하루재에 이른다. 정말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준다.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싫어지는 이유가 순전히 그 바람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한참 동안을 벤치에 앉아 놀다가 억지로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북한산의 품속에서 더위 사냥을 제대로 했다는 만족감이 남는 등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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