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모니의 시원한 숲길과 푸른 초원이 그리워지는 요즘 날씨다. 그래도 무더위로 열대야가 극심했던 시기에 알프스의 품 속에서 지낼 수 있었음에 감사해야 한다. 아내와 둘이서 몽블랑 산군과 샤모니 주변을 산책하듯 트레킹 하면서 상대적으로 등반에 대한 열망이 높아졌다. 그 좋은 암벽과 멀티 피치 등반 루트를 눈으로만 감상해야 하는 답답함이 있었다. 귀국해서 때마침 휴가 중인 친구들과 평일 등반을 할 수 있었다. 주말이면 너무 번잡해서 가까이 하기 싫어지는 인수봉을 오랜만에 올라보기로 한다.
아침 8시에 우이동 도선사 입구에서 만나 대섭이의 차로 도선사 주차장까지 올라간다. 평일이라 한가한 주차장이 여유 있어서 좋다. 하루재까지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데도 몸은 땀으로 목욕하는 꼴이다. 인수봉 아래에서도 그리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소 흐린 하늘이다. 여름에 그늘진 곳이 많고 등반에 대한 부담감도 없는 고독길을 오르기로 한다. 몸이 물먹은 솜이불처럼 무겁지만 손에 잡히는 바위의 감촉만은 듬직하고 시원하다. 셋째 마디 중간의 서늘한 동굴 속에서 간식을 먹으며 한참 동안 쉬어간다. 꿀맛 같은 휴식이다.
귀바위 아래의 직벽 구간을 오를 때는 하얀나비 한 마리가 등반 중인 내 주위를 계속 맴돈다. 내 입에서 김정호의 <하얀나비>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몸도 어느 정도 풀려서 비로소 등반이 즐거워지는 듯하다. 영자크랙과 참기름 바위도 오랜만에 밟아본다. 아무도 없는 인수봉 정상의 바위 그늘에서 점심을 먹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주말이라면 꿈도 못 꿀 여유로운 순간이다. 서면벽으로의 60 미터 하강까지 안전하게 마치고 백운산장으로 내려온다. 친구들과 함께 산장 안의 나무 의자에 둘러앉아 마신 맥주 한 캔의 맛은 알프스 산장에서의 그것 만큼이나 시원하다. 찜통 더위 속이라는 여름 휴가 기간에 소풍 같이 편안하고 달콤한 인수봉 등반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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