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운악산 용담암 암장에서의 피서 등반 - 2016년 8월 6일

빌레이 2016. 8. 7. 09:03

정말 무더운 날씨의 연속이다. 시간을 아껴서 등반해야할 주말이라지만 땡볕 아래에서 바위에 붙는다는 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나무 그늘 시원한 암장에서 피서를 겸한 등반을 즐겨보기로 한다. 포천 운악산 중턱의 무지치 폭포 부근에 있는 용담암 암장에서 놀다오기로 약속한다. 친구들과 토요일 아침 6시 반에 서울을 출발한다. 한 시간 반 남짓을 달려 47번 국도변의 운악산 광장에 도착한다. 한때 폐쇄되었던 주차장이 개방되어 있고, 열린 화장실도 말끔해서 어프로치를 하는 기분이 상쾌하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천천히 걸어서 무지치 폭포가 눈앞에 펼쳐지는 팔각정에서 잠시 쉬어간다.


일찍 나오느라 생식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탓인지 벌써 배가 고파진다. 빵으로 허기를 달래고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무지치 폭포 하단에 도착한다. 47번 국도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무지치 폭포는 겨울에 빙벽 등반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배낭을 내려놓고 폭포 아래에서 물이 떨어지는 곳으로 잠시 올라가 본다. 인터넷에는 과거에 이곳에서 샤워 등반을 즐기는 장면들도 나온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리는 방법으로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이색적인 등반도 충분히 재미 있을 것이다. 홀드 좋은 곳을 골라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물방울이 튀겨서 내몸에 닿는 느낌이 시원하다. 폭포 아래의 공기도 신선해서 한참 동안을 쉬었다 간다.


폭포 상단으로 올라가서 좌측의 신선암과 용담암 암장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신선암 방향은 햇빛 속이고 약수터가 있는 용담암은 그늘져서 하루 종일 거의 해가 비치지 않는다. 신선한 암반수가 흘러내리는 약수터 옆의 정자에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등반을 준비한다. 등반을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더위를 잊고 편하게 쉬었다 가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래도 마냥 퍼져 있기보다는 적당히 쉰 후에 몸을 움직여 보기로 한다. 안쪽의  슬랩에 있는 석천(5.9c)과 하늘(5.10c) 루트를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한다. 석천길 우측의 바위 틈에는 야생 도라지꽃이 선명한 보랏빛을 발하며 예쁘게 피어있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몸에 좋다는 도라지를 약초처럼 캐서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아름다운 꽃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친구들과 한 차례씩 번갈아 가면서 등반하고 은경이가 특별히 준비해 온 맛있는 음식으로 점심을 배불리 먹는다.


점심 후에는 정자 밑에서 게으름을 피워본다.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감상하면서 돗자리 위에 드러누우니 살짝 졸음이 밀려온다. 옆에 누운 대섭이는 가늘게 코를 골면서 달콤한 오수에 빠져든다. 지난 밤 상갓집에 다녀온 피로를 낮잠으로 푸는 듯한 모습이 보기 좋다. 나도 간밤에 열대야 때문에 더워서 잠을 설쳤다. 살랑대는 산바람이 간간히 불어주어 쉬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그렇게 한참 동안 게으름을 피운 후에야 서서히 다시 바위에 붙어본다. 오후의 암벽은 오전과 달리 직사광선을 받아서 뜨겁다. 한 차례의 오름짓 후에는 약수터로 달려가 시원한 물로 세수하며 땀을 씻어낼 수 있으니 그야말로 피서 등반이다. 인공등반을 해서라도 오버행 벽에 붙어보고 싶었으나 첫 번째 시도부터 여의치 않아서 포기해버린다. 가져온 음식으로 저녁 식사까지 해결하고 산을 내려가기로 한다. 


해가 서쪽 하늘로 기울어 갈 때 즈음에 짐을 챙겨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산을 내려간다. 어차피 이른 시각에 하산해봐야 산 아래에서 기다리는 건 찜통 같은 무더위와 주말 귀경길의 차량 정체일 것이기 때문에 일부러 늦게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차가 있는 운악산 광장으로 내려오니 서쪽 하늘은 서서히 붉게 물들고 있다.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진 정자에서 맑은 암반수가 흐르는 약수터를 옆에 두고 친구들과 함께 무더위를 잊은채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하루를 편안하고 오붓하게 즐길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