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모니에서의 일정은 올 때마다 빠듯하다.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체험해보고 싶은 활동도 너무나 다양하다. 이번 여행길은 아내와 함께 편안한 휴가를 즐기고자 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모험적인 활동은 하지 않았다. 호텔 옆에 있는 가이앙 암장도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마지막 날 아침에서야 세심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모든 짐을 꾸린 후에 공항으로 픽업 해줄 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쉬운 발걸음이 암장으로 향한 것이다.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는 가이앙 암장 정면 벽보다 좌측 위쪽으로 숲 속에 숨어 있는 암벽 루트들이 더 멋져 보였다.
바람막이 점퍼 하나로는 쌀쌀한 아침 공기에 약간의 추위마저 느껴져서 한적한 숲속의 암벽에서 볼더링 동작을 연습해 본다. 긴 여행을 위한 운동화와 외출복 차림으로 암장에서 운동을 못 한지 꽤 된 탓인지 몸이 둔하다. 그래도 아내에게 기념으로 휴대폰 사진 몇 장을 찍어보라고 부탁한다. 금세 몸이 데워져서 한기가 사라지고 활기가 솟는 듯하다. 클라이밍에 대한 본능이 다시금 꿈틀대는 듯한 기분마저 느낀다. 좀 더 위에 있는 암벽의 하강 포인트에 있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본다. 전망이 트이는 곳에 올라서니 이른 아침의 청명한 기운을 받고 깨어나는 몽블랑 산군이 정면에서 빛나고 있다.
암벽 위에 올라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한 사람이 건너오고 있다. 영국의 링컨이란 도시에서 왔다는 클라이머이다. 아래에서 아내가 손짓하는 것을 본 모양인지 많이 걱정할 거란 조크를 날린다. 웃음으로 화답하면서 내 취미도 암벽등반이라고 말해준다. 자연스런 친근감을 표하면서 그는 하루 전까지 정면 벽에서 놀다가 다른 루트를 찾기 위해 둘러보는 중이라고 한다. 내가 런던과 캠브리지에 가봤다고 하니 자기도 캠브리지에서 5년간 살았다면서 반가움을 표한다. 우리는 잠시 동안 영국에서의 클라이밍에 관하여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등반하고 싶은 암벽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 한 번도 붙어보지 못하고 짧은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나그네의 마음이 아쉬움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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