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노적봉 편지길 등반 - 2016년 6월 4일

빌레이 2016. 6. 5. 01:55

주말과 현충일이 이어진 3일 연휴의 첫 날인 토요일 아침이다. 7시에 도선사 입구에서 노적봉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대둔산 등반을 염두에 두었으나 사정이 허락치 않았다. 전에는 노적봉 편지길을 가기 위해 북한산성 입구에서 출발했었다. 노적봉 릿지길로 접근하여 비교적 쉽게 편지길 초입을 찾을 수 있었다. 이번엔 새로운 접근 루트인 우이동에서 위문을 넘어가는 코스를 택하기로 한다. 클라이머들이 연휴를 맞이하여 대거 지방 산행에 나선 모양이다. 평소의 주말답지 않게 인수봉 일대가 조용한 편이다. 하루재에서 한 번 쉬고 곧바로 위문을 통과하여 약수암 앞의 공터까지 내려간다. 공터에서는 계곡 맞은편 노적봉의 편지길 초입인 대침니가 잘 보인다.


공터를 내려가서 계곡을 넘는다. 어프로치에 애를 먹을 것이라 조금은 걱정했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오솔길을 발견한다. 편지길 둘째 마디의 확보점에 있는 큰 소나무를 보고 방향을 찾아 편지길 초입에 도착한다. 어프로치에 2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한적한 숲속에서 간식을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장비를 착용하고 편지길 출발점인 대침니로 들어선다. 오랜만에 나온 한변호사가 쎄컨을 맡고, 은경이가 라스트와 촬영을 담당한다. 한변의 빌레이를 받고 첫 피치 등반에 나선다. 두 발을 양쪽 벽면에 대고 지지하는 스태밍 자세로 전진한다. 제법 긴 거리를 그 자세로 오르자니 골반이 편치 않다. 다행히 중간 턱에서 잠시 쉴 수 있다. 그 이후로 확보점까지도 스태밍 자세를 유지한다. 예전에 침니 아래로 들어갔다가 고생한 기억이 떠올라 과감하게 마음 먹고 스태밍 자세로 오르니 한결 편하고 오히려 안전하다.


둘째 피치는 직벽에 사선으로 뻗어있는 밴드를 따라 전진하는 루트다. 인공 등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볼트가 촘촘해서 별 어려움은 없지만 트래버스 하는 것과 유사하게 추락에 대한 부담감은 크다. 밴드에 있는 손홀드가 잘 잡혀서 예전보다는 여유롭게 돌파한다. 사선밴드 후반부에는 언더크랙에 캠 두 개를 설치하고 오른다. 편지길에서 가장 어려운 피치인 이 구간을 무사히 마치면 등반에 대한 부담감은 거의 사라진다. 대신 앞으로 있을 등반의 즐거움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가벼워진다. 셋째 피치 이후부터 이어지는 밴드는 계단처럼 든든해서 끝까지 등반이 즐겁다. 동갑내기 셋이서 소풍가는 기분으로 안전하고 여유롭게 즐긴 편지길 등반을 마치고 아무도 없는 노적봉 정상에 도착한다.


노적봉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며 한참 동안의 휴식을 즐긴다. 마치 평일의 바윗길처럼 우리 외에 다른 클라이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연휴에 때맞춰 설악산이나 대둔산 같은 지방의 유명 등반지로 많은 클라이머들이 원정 등반을 떠난 듯하다. 다른 등반팀이 오면 자리를 비켜줄 생각이었으나 여전히 아무도 오지 않아서 그냥 하산하기로 한다. 하산길로 내려서기 위한 볼트가 헐거워져 있어서 자일 하강을 포기하고 한변의 빌레이를 받으며 클라이밍 다운 자세로 내려온다. 차분히 홀드를 찾으면서 내려오니 재미 있는 볼더링 문제를 푼 듯한 기분이다. 뒤이어 은경이가 한변의 빌레이를 받고 내려온 후에 내가 다시 올라가서 한변의 클라이밍 다운을 자일로 확보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다시 자일 없이 익숙한 길을 내려오듯 가볍게 클라이밍 다운한다.


한변호사가 자일을 가지고 온 덕택에 짐이 가벼워져서 그런지 예전보다는 체력이 좋아진 듯한 느낌이다. 용암문을 지나서 도선사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지 않고 칼바위까지 걷는다. 칼바위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가 냉골로 하산하여 국립재활원 앞의 식당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5시 즈음이다. 약 10 시간 동안 북한산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암벽등반을 하고 워킹 산행까지 마음껏 즐긴 하루가 보람차다.         


1. 노적봉 <즐거운 편지길> 출발점.


2. 처음엔 대침니가 숲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아서 초입을 지나쳤다.


3. 양 발을 벌려서 스태밍 자세로 전진해야 하는 첫째 피치.


4. 둘째 피치는 직벽의 사선 밴드를 따라 진행하는 루트로 편지길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이다.


5. 둘째 피치 첫 볼트는 인공 등반으로 올라선다. 그 이후부터는 자유 등반이 가능하다.


6. 첫 피치 확보점에서 좌측으로 보면 백운대의 우람한 자태가 펼쳐진다. 


7. 둘째 마디 사선 밴드를 지나서 내려다 본 모습.


8. 셋째 피치부터는 오르기 좋은 밴드가 이어진다.


9. 편지길 우측으로는 노적릿지가 있고 그 건너로 의상능선이 펼쳐진다.


10 셋째 마디와 넷째 마디 사이의 확보점은 넓고 안정적이다.


11. 넷째 마디도 셋째 마디와 비슷하게 계단처럼 이어진 밴드를 따라 진행한다. 


12. 넷째 마디 확보점에서 잠시 쉬면서... 내가 암장에서 신는 암벽화와 크기까지 똑같은 것이 한변의 스카르파 베이포 브이.

내 신발은 암장에서 닳고 닳아 슬랩용으로 쓰고 있는 이벌브 샤만, 은경이 것은 파이브텐 뉴튼.


13. 다섯째 마디를 선등하고 있는 모습.


14. 한변호사가 다섯째 피치를 등반 중이다.


15. 정상이 가까워지니 의상능선 너머의 비봉능선까지 잘 보인다.


16. 여섯째 피치는 턱을 올라설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17. 슬랩을 오른 후에 찾아드는 발가락의 통증을 달래보기 위해 허공으로 발을 털어본다.


18. 평일처럼 한적한 노적봉 등반을 마치고 하산 중이다.


19. 녹음 짙어진 숲길을 걷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20. 칼바위 정상에서 한변과 포즈를 취해본다. 우리가 등반한 노적봉이 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