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기

겨울 제주 여행 - 2015년 12월 22일 ~ 24일

빌레이 2015. 12. 25. 12:00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힘겨운 재수생활을 끝내고 원했던 학과에 합격한 딸을 위해 준비한 여행이다. 군 복무 중인 아들이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모처럼 홀가분한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춥게 느껴지는 서울의 겨울 날씨에 비하면 불어오는 바람 자체가 훈풍처럼 다가오는 제주의 겨울은 여행 하기에 제격이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젊은 세대가 가고 싶은 제주의 여행지 또한 다양해졌다. 아내와 나는 순전히 딸아이가 찾고 싶은 장소 위주로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

 

첫날 새벽 6시 40분 비행기로 김포공항을 출발했다. 아침 8시경부터 렌트카를 이용해 여행지를 돌아다녔다.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 비자림 등은 제주의 특징적인 지형을 느끼며 산책 삼아 걷기에 그만인 곳이었다. 월정리 해변의 고운 백사장과 투명한 바닷물은 남국의 정취를 한껏 풍기고 있었다. 둘째 날에는 제주도 남쪽을 여행했다. 집 앞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영화 <건축학개론>의 무대가 되었던 곳은 카페로 부활되어 성업 중이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살고 싶게 만드는 건축물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귀포에서 살았다는 화가 이중섭의 거주지와 미술관을 돌아보는 시간도 좋았다. 정말로 좁은 공간에서 살아야 했던 화가 이중섭의 거주지는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오늘의 우리네 삶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동백꽃 동산이란 의미의 카멜리아힐은 꽃이 드문 겨울철에 화려한 꽃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지만 너무 인공적이고 많은 관광객들로 붐벼서 그런지 우리 가족에게는 별로 좋은 인상을 남겨주지 못했다.

 

셋째 날에는 제주도 서쪽을 둘러보았다. 제주시에서 가까운 이호테우 해변엔 말을 형상화한 빨강과 하얀 색깔의 두 등대가 인상적이었다. 세찬 바람 때문에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겨울의 차가움을 실감케 해준 협재 해수욕장의 풍경은 예전처럼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기대보다 좋았던 곳은 곶자왈 공원으로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환상숲이었다. 숲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일반 생태계와 다른 곶자왈의 숲속을 체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 내게는 특별히 뜻깊었다. 환상숲에서 가까운 이시돌 목장을 둘러본 후, 한라산을 잠깐이나마 느껴보기 위해 들렀던 영실휴게소에서는 1200미터가 넘는 고도답게 매서운 추위가 느껴졌다. 자동차로 내려오는 길에 중산간지대에서 만난 짙은 안개속을 운전해야 하는 시간은 가장 힘겨웠던 기억이다. 마지막 여행지로 들렀던 애월읍의 더럭분교는 무지개 색깔로 치장된 외관 때문에 인상적이었다. 밤 9시 5분발 비행기로 돌아왔으니 2박 3일의 꽉찬 일정이었다. 제주의 관광지가 참 다양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1. 용눈이오름을 첫 여행지로 선택했다. 맞은편에 보이는 오름은 다랑쉬오름이다. 

 

2. 다랑쉬오름의 정상 분화구. 다랑쉬오름은 짧기는 하지만 등산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3. 비자림 속을 산책하는 기분이 상쾌했다. 이번 여행지 중 나에게는 가장 좋았던 곳이다.

 

4. 젊은이들이 유난히 많았던 월정리 해변.

 

5. 첫날 점심을 먹은 해물라면집 앞에 있었던 벤치가 예쁘다.

 

6. 영화 <건축학개론>의 촬영지였던 카페에서 머물렀던 시간도 좋았다.

 

7. 초가집 한켠에서 셋방살이를 해야했던 화가 이중섭의 거주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8. 카멜리아힐에서 찍은 컷. 겨울에 피는 꽃 동백을 풍요롭게 즐길 수 있었던 곳.

 

9. 이호테우 해변에 있는 말 모양의 등대. 석양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10. 협재 해수욕장 풍경. 비양도가 건너다 보인다.

 

11. 특이한 숲생태계를 지닌 곶자왈을 알 수 있었던 환상숲은 숲해설가를 따라 정시에 입장해야 한다.

 

12. 이시돌 목장의 테쉬폰. 지금은 폐가가 되어 있지만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건축물이라고 한다.

 

13. 영실휴게소에서 올려다본 한라산.

 

14. 애월읍의 더럭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