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두 편의 영화

빌레이 2015. 11. 7. 22:13

감기로 인해 고생한 한 주간이었다. 월요일부터 감기가 본격적으로 찾아들었다. 자연스레 맡은 강의와 의무적인 일 외에는 집에 일찍 들어와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전공서적이 아닌,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펼쳐보는 게 습관이지만 이번엔 그것마저도 귀찮았다. 독서가 아니라면 잔잔한 영화를 보는 것이 다음 단계이다. 예전부터 소장하고 있는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이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먼저 보게 되었다. 책으로도 읽었고, 영화로는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보았을 것이다. 영웅 체 게바라가 아닌 젊은 시절 순수했던 청년 에르네스토 게바라를 만날 수 있는 영화이다. 이번에 시청할 때는 아마존강 연안에 있던 한센병 환자촌을 방문한 장면이 특별히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다시 펼쳐 본 책 표지의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자기를 바꾼 한 남자의 특별한 여행기"라는 글귀 또한 인상적이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휴가 나온 아들 녀석이 다운 받아서 건네준 파일로 보게 되었다. 때마침 책을 구입해서 앞부분을 읽고 있던 중에 영화를 먼저 보게 된 것이다. 영화와 원작 소설은 그 깊이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영화와 책을 동일시 할 필요는 없을 것이란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하였다. 소설이나 영화의 줄거리를 알면 재미가 떨어질 것이란 염려는 가벼운 오락 영화에나 어울리는 것이다. 가을비가 차분히 내리는 주말 저녁 시간에 거실 조명을 끄고 TV 화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고난 후에 원작 소설을 찬찬히 읽고 싶은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앞으로 며칠 동안은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내 주위에서 떠나지 않을 듯한 예감이다.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문구가 화두처럼 떠오른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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