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숨은벽 릿지 등반 - 2015년 8월 14일

빌레이 2015. 8. 14. 21:34

올해가 광복 70주년이고 광복절인 내일이 토요일이어서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날이다. 직장인이 쉬는 날을 싫어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번 임시 공휴일 지정 절차는 매우 졸속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8월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고자 한다는 것을 불과 2주 전에야 알 수 있었다. 2015년이 광복 70주년이란 것과 8월 15일이 토요일이란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최근에서야 임시 공휴일 지정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관공서와 공기업 및 대기업은 거의 다 임시 공휴일을 찾아 먹겠지만 통계적 조사 결과 오늘 쉬는 직장인은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5천만 국민이 사는 대한민국에서는 5천만 가지 이상의 복잡다단한 일들이 얽혀 있으리란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져야 한다. 이러한 사안은 최소한 올해의 달력이 제작되기 이전에는 결정되었어야 맞다는 생각이다. 아뭏든 이번 임시 공휴일 지정 절차는 대단히 유감스럽다. 그렇다고 방학 중인 내가 이번 임시 공휴일을 지키지 않고 소심한 저항을 할 필요성까지는 느껴지지 않아서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숨은벽 릿지 등반에 나서기로 한다. 근자에 가까이 하지 못했던 바위를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우이동 버스 종점에서 아침 7시경에 출발하여 우이산장까지 올라간다. 우이산장에서 간식을 먹고 호랑이굴과 숨은벽 정상 사이의 고개를 지나서 밤골로 내려가는 골짜기길을 따라 어프로치를 한다. 생각해보니 이 골짜기길은 처음으로 걸어본다. 지금까지는 양쪽의 릿지길로만 등반했었다. 골짜기에서 올려다본 숨은벽 능선은 예상보다 높고 웅장하다. 바위의 마찰력이 살아있는 질감 좋은 표면을 딛고 첫 피치 대슬랩을 오른다. 이후로도 긴장감 없이 편안한 등반이 이어진다. 안전하고 여유로운 등반을 마치고 만경대 릿지 등반을 이어갈까 생각했으나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시원한 산들바람에 취해 인수봉 주변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올 여름 들어서 가장 시원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온몸에 생기를 불어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 숨은벽 정상의 엄지손가락 바위에 올라서서 포즈를 취해본다.

 

2. 호랑이굴과 숨은벽 능선 사이의 고개는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문 같이 인상적이다. 

 

3. 습한 날씨 탓에 골짜기에는 버섯이 많이 보인다.

 

4. 골짜기에서 올려다본 숨은벽 능선이 꽤 높아보인다.

 

5. 골짜기에서 숨은벽 릿지길 등반을 위해 올라서야 하는 지점이다. 주위는 안개 속이다.

 

6. 숨은벽 릿지 첫 마디는 50 미터 대슬랩이다. 돌기가 살아 있어서 잘 붙는다.

 

7. 둘째 마디에서 안전을 위해 캠을 설치하고 있는 중이다. 

 

8. 고래등 바로 앞의 슬랩을 오르고 있다. 첫 피치와 고래등 확보점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9. 고래등을 올라서서 확보점에 도착한 순간이다.

 

10. 관리공단에서 설치한 카메라가 있다. 산불 감시용인 듯하다.

 

11. 고래등에서 올라온 숨은벽 릿지길을 내려다 본다. 

 

12. 레이백 자세로 올라서야 하는 구간도 예전보다는 한층 편하고 안정적으로 올랐다는 만족감이 있었다.

 

13. 좌측의 인수봉과 우측의 숨은벽 정상이 보인다. 엄지손가락 바위도 선명하다.

 

14. 우리팀 외에는 아무도 없었던 숨은벽과 달리 왼쪽에서 나란히 이어지는 인수릿지에는 클라이머들이 제법 많다. 

 

15. 숨은벽 정상 직전의 숲에서 본 나리꽃이 깨끗했다.

 

16. 숨은벽 정상에 도착해서 올라온 길을 돌아본다.

 

17. 인수릿지 위의 클라이머들이 개미처럼 보인다.

 

18. 숨은벽 정상에서 마주보이는 만경대 낙타봉으로 향할 생각을 접는다. 우측은 호랑이굴을 통해서 백운대로 이어지는 길이다. 

 

19. 오후 시간엔 안개가 걷히고 청명한 하늘이 보인다. 뙤약볕에도 인수봉을 오르는 클라이머들의 열정이 멋지다.

 

20. 임시 공휴일을 맞이하여 백운대를 오르는 일반 산객들도 많이 보인다.

 

21. 인수봉 남측면이 보이는 곳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22. 가을처럼 청명한 하늘에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이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