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설교벽-인수릿지 등반 (2015년 6월 13일)

빌레이 2015. 6. 13. 18:57

설교벽을 등반해서 인수릿지에 올라서는 루트를 구상한다. 인수릿지는 등반보다 오히려 어프로치가 힘겹게 느껴지는 곳이어서 설교벽부터 등반을 시작하면 더 재미 있을 것이란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었다. 인수릿지의 둘째 마디로 연결되는 설교벽의 등반 루트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등반 계획을 세운다. 새벽 6시가 되기 전에 도선사 주차장에 차를 대기 위하여 한변호사가 일찍 서둘렀다. 강남에서 5시 전에 출발하여 은경이와 나를 픽업하여 도선사 주차장으로 향한다. 아직은 넉넉한 주차 공간에 차를 대놓고 설교벽 앞에 도착하니 채 7시가 넘지 않은 시각이다. 주위가 조용해서 마음이 평화롭다. 지난 밤에는 오랜만의 대학 동창생 모임에 다녀와 늦게 자는 바람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그래도 산에 오면 항상 정신이 맑아진다.

 

장비 착용을 마치고 첫 피치 슬랩 등반에 나선다. 거의 직선으로 연결되는 루트를 크게 여섯 마디로 나누어 오른다. 둘째 마디부터는 크랙 등반이 이어진다. 다섯째 마디의 직상 세로 크랙이 크럭스 구간이다. 캠을 적절히 사용하여 안전하게 돌파한다. 간밤에 살짝 내린 비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바위가 약간 미끌리는 느낌이다. 인수릿지 둘째 마디에 올라서서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이른 시각 탓인지 인수릿지 등반도 우리가 처음이다. 인수릿지 셋째 마디와 침니를 건너가는 넷째 마디를 등반하고 하강하여 사선 실크랙 앞의 안부에 도착한다. 갑자기 구조 헬기 소리로 주변이 요란스럽다. 등반을 중지하고 하산하라는 구조대의 안내 방송이 희미하게 들려온다. 낙석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나중에 산을 내려와서 확인해보니 취나드길 부근에서 가로 2 미터, 세로 1.5 미터 크기로 무게가 5 톤이나 나가는 커다란 바위가 떨어졌다고 한다. 한 명이 사망하고 세 명이 부상 당하는 안타까운 사고였다. 이 자리를 빌어 고인의 명복과 부상자 분들의 쾌유를 기원하는 바이다. 

 

안부에서 친구들과 상의한 결과 등반을 계속하기로 한다. 중간 탈출로가 마땅치 않아 정상에서 하강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예기치 못한 사고 소식으로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더욱 안전에 신경쓰면서 등반한다. 사선 실크랙 구간과 이어지는 40 미터 직상 크랙 구간을 등반하고 인수봉 정상에 올라선다. 사람들로 붐비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최근엔 거의 오르지 않았던 인수봉을 올해는 처음으로 오른 것이다. 60 미터 하강까지 안전하게 마치고 내려선 지점에서 남서벽을 등반 중인 지인들을 만난다. 자연스럽게 낙석사고에 대한 얘기가 오간다. 지진이나 해일 같은 자연 재해 앞에서 인간은 무력할 수 밖에 없다. 중력에 의해 우연히 발생하는 낙석사고도 예외는 아니다. 평소 안전에 대한 생각과 대비를 철저히 해서 사고 확률을 가능한한 낮추는 것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바람직한 태도일 것이다. 이번 사고를 자신만의 편향된 시각에서 함부로 재단하여 암벽등반 하는 사람들 전체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1. 설교벽 첫 피치는 슬랩 연습하기 좋은 구간이다. 마디 중간에 볼트가 없고 30 미터 지점에 쌍볼트 확보점이 있다.

 

2. 설교벽 좌측으로 인수봉 북벽과 귀바위가 보인다.

 

3. 한변호사가 라스트로 첫 피치를 등반 중이다.

 

4. 둘째 마디는 언더 크랙이 이어진다. 크랙을 따라 직상하는 루트의 끝은 인수릿지이다.

 

5. 셋째 피치도 크랙을 따라 오르는 구간이다.

 

6. 넷째 피치부터는 디에드르 형태의 크랙을 따라 오른다.

 

7. 넷째 피치 확보점에서 올라온 길을 내려다 본다.

 

8. 크럭스 구간인 다섯째 마디의 세로 크랙 부분에서 한변호사가 깊게 박힌 캠을 수거하느라 애를 먹었다. 

 

9. 다섯째 마디의 확보점에서 좌측으로 나있는 크랙을 오르면 인수릿지에 올라서게 된다.

 

10. 인수릿지에 올라서서 여섯째 마디의 확보점으로 사용한 나무를 내려다 본 모습이다.

 

11. 좌측의 돌출된 바윗턱을 잡고 올라서는 것으로 인수릿지 셋째 피치의 등반이 시작된다.

 

12. 하강 후 침니를 건너서 올라야 하는 인수릿지 넷째 피치이다.

 

13. 인수릿지 넷째 피치에서 하강 후 안부에서 설교벽을 내려다본 모습이다.

이곳에서 탈출하여 하강할 수도 있으나 피치별 하강이 오래 걸렸던 경험이 있다.

 

14. 인수릿지의 상징이랄 수 있는 다섯째 피치 사선 실크랙 구간을 등반 중이다. 평소보다 발이 미끌리는 느낌이다.

 

15. 인수릿지 여섯째 피치는 홀드 양호한 40 미터 직상 크랙 구간이다.

등반이 즐거운 구간이지만 사고 소식에 신중하게 오른 탓인지 예전보다는 리듬감 없이 등반한 느낌이다.

 

16. 한변호사가 여섯째 피치의 마지막 구간을 라스트로 등반 중이다.

 

17. 인수릿지의 여섯째 피치의 확보점 이후 구간은 큰 어려움 없이 인수봉 정상으로 이어진다. 

 

18. 올해 들어 처음으로 오른 인수봉 정상에서 백운대를 바라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