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와 주말이 연결되어 5일간 쉬게 되는 주간이다. 다른 이들은 고향에서 돌아오는 일정이 늦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우리 가족은 토요일에 서울경찰수련장에서 의경 후반기 교육을 받고 있는 아들을 면회하러 가기 위하여 금요일 아침 일찍 광주의 처가를 나섰다. 다행히 별다른 정체를 겪지 않고 귀경을 마친 후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명절 때의 과식으로 둔해졌을 몸을 일깨우고자 하여 산으로 향한다. 오후 한나절 산행지로는 불암산이 제격이다. 불암산에서 지는 해를 보고 있으면 북한산과 도봉산이 하나로 연결된 실루엣을 만날 수 있다. 서쪽으로 기우는 햇살을 등지고 있어서 그림자처럼 원근감을 잃은 검은색 산줄기의 테두리를 장식하는 하늘금이 아름다운 선으로 변한다. 나는 이 하늘금의 모습을 특별히 좋아한다.
상계역에서 불암산 주차장 좌측 능선을 따라 오른다. 불암정으로 향하는 능선길을 잠시 벗어나 좌측 봉우리로 오르는 바윗길을 따라간다. 봄이 멀지 않은 날씨답게 등산화 밑창에 감기는 바위의 감촉이 듬직하다. 불암정에서 잠시 햇볕 바라기를 하며 쉬어 간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좌측의 다람쥐 광장으로 이어진 바윗길을 따라 오른다. 아기자기한 바윗길을 오르는 재미가 좋다. 다람쥐 광장에서 단숨에 불암산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길을 올라선 후에 석천암 방향으로 하산한다. 평소에 릿지 산행으로만 오르던 코스를 일반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장작 타는 냄새가 구수한 텐트 산장 위에서 인공 등반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암장도 돌아보고 부조로 새겨진 불상의 표정이 이채로운 석천암도 둘러본다. 석천암에서 불암사까지 내려와서 익살스런 동자승이 마당 중앙에 자리한 경내를 구경한 후 천보사를 향해 다시 산길을 오른다.
암벽 등반 대상지로 훌륭해 보이는 가파른 절벽을 병풍처럼 등지고 서있는 천보사를 구경한 후 태릉 방향으로 이어진 능선길로 향한다. 능선길에 닿기 직전의 아늑한 마당바위에서 잠시 스트레칭을 하며 쉬는 동안 천보사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저녁 시간을 알리는 산사의 은은한 종소리는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듯한 울림을 간직하고 있다. 종소리를 뒤로 하고 드넓은 능선길을 따라 잠시 내려오다가 학도암 이정표를 보고 하산한다. 천보사 종소리를 들을 때만 해도 금방 어두워질 것 같던 주위가 다시 환해진다. 능선길 서쪽은 아직까지 햇살이 미치고 있는 까닭이다. 한성대 암장에 갈 때 들렀던 학도암은 증축 공사 중이다. 바위 위에서 빼꼼히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불상이 인상적인 학도암에서 불암산 둘레길을 따라 상계역 방향으로 걸어간다. 그냥 집으로 가기가 아쉬워 영신 슬랩 아래에서 석양을 감상하는 것으로 산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회암사지에서 보았던 환상적인 석양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희미한 노을빛이 아쉽기는 하지만 차분히 하루를 정리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평화가 깃든다.
1. 불암산을 여러 차례 다녔지만 석천암은 처음이다.
2. 석천암의 대웅전 모습.
3. 석천암 축대를 이루고 있는 바윗틈에 뿌리내린 나무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4. 설날 연휴 기간 중이어서 그런지 불암사엔 방문객들이 제법 많다.
5. 불암사 앞마당 한 가운데에서 웃고 있는 동자승이 귀엽다.
6. 천보사 뒤에는 암벽 등반지로 손색이 없을 듯한 절벽이 있다.
7. 학도암은 현재 공사중이다.
8. 학도암을 내려와서 돌아보니 불상 하나가 바위 위에서 빼꼼히 내려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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