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긍열님의 신작 <알프스 트레킹 - 3>은 프랑스 최고의 국립공원이라는 에크랑 산군을 소개하고 있다. 몽블랑 산군과 마터호른 일주를 다룬 <알프스 트레킹> 1권과 2권을 이은 책이다. 아직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인 에크랑 산군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프랑스 샤모니에 오랜 기간 거주하면서 주변의 몽블랑 산군을 주로 등반하던 저자가 수 년 동안 자일 파티를 이루었던 민 선생님과 함께 에크랑 산군을 걸어서 일주한 기록을 담고 있다. 에크랑 일주를 10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각 구간별로 트레킹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와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 실려있다.
트레킹 후기 편에서는 저자가 에크랑 산군과 인연을 맺은 이야기부터 에크랑 일주 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소감을 풀어내고 있다. 샤모니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구매한 사진 작품의 배경이 된 라 메이즈 산에 이끌리어 장 코스트의 숨결이 배어 있는 에크랑 산군을 찾게 되는 이야기는 사뭇 낭만적이다. 샤모니의 허 선생님 방에 걸려 있던 그 사진 작품을 나도 기억하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던 대목이다. 알파인 등반에서 느꼈던 팽팽한 긴장감도 소중한 것이지만 트레킹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다는 설레임 역시 놓칠 수 없는 가치임을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4천 미터가 넘는 두 개의 봉우리인 에크랑과 돔 더 네즈를 저자가 등반한 사진들과 에크랑 산군에 얽힌 알피니즘에 대한 기록들이 부록처럼 담겨있다.
사진집을 보는 것과 같이 시원한 그림들 때문에 눈이 호강하면서 책장을 넘길 수 있으니 독서가 즐겁다. 몽블랑과 마터호른 인근의 산군과는 달리 야생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에크랑 산군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이상할 것이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에크랑 산군의 오솔길을 걷고 있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운데 실제로 경험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걷기 좋은 트레일이 많기는 한데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 건 무엇 때문일까? 자꾸 떠나고 싶은 욕구가 꿈틀대는 것을 억눌러야 하는 현실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문득 "먼 곳은 멀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고 했던 보들레르의 싯구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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