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들이 군대 가던 날 (2015년 1월 15일)

빌레이 2015. 1. 16. 22:05

아들이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에 들어갔다. 의무경찰로 군복무를 하게 되는 지우는 논산에서 4주 동안의 신병 훈련을 받는다. 어제 아내와 함께 입소식에 다녀왔다. 나주에 계신 어머니는 하나 뿐인 친손자의 입대를 보기 위해서 광주에 사는 경찰관 동생을 앞세우고 훈련소에 오셨다. 일주일 전에 지우와 함께 인사드리러 나주에 갔었는데 궂이 입소식에까지 오신 것이다. 오래 전 내가 훈련소에 입소하던 때와는 많은 것이 변했다. 예전과는 달리 가족 친지들이 모두 훈련소 영내에 들어와 입소식을 관람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가족들과 작별을 고하고 입소식을 위해 까까머리들만 모여 있는 무리 속으로 사라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들의 친구 녀석은 눈물을 흘리면서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는 것으로 가족들과 작별을 고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우는 우리들 한 사람씩과 깊게 포옹하고 씩씩하게 웃으며 돌아선다. 신병들 속으로 가기 전에 나는 지우의 손을 다시 한 번 두 손으로 지긋히 감싸주었다. 어머니와 아내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만다. 이 나라에 살면서 국방의 의무를 저버릴 순 없지만 한창 나이 때 군에 가야 하는 복잡한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나를 닮아서 그런지 지우는 군대 문화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보다 군에 가는 것을 싫어해서 우리 부부는 내심 속앓이를 했었다. 그런데 작년에 조용히 의경 시험에 합격해서 주변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이제는 지우가 건강하게 군 복무를 마치고 심신이 모두 성장한 견실한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입대하기 일주일 전에 지우를 데리고 나주의 고향집과 광주의 처가에 다녀왔다. 지우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할머니께 인사드렸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산소에 성묘도 다녀왔다. 입대 하루 전 날까지 거의 한 달 동안 지우는 친구들과 선후배들을 만나고 다녔다.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군에 입대해야 하는 것의 중압감 만큼이나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의 관심도 컸다. 힘든 군 생활이 되겠지만 군에 간다는 것을 매개체로 하여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그것도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다. 인생이란 가족을 비롯한 사람들과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