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천등산 초심길 등반 - 2014년 10월 4일

빌레이 2014. 10. 5. 08:10

개천절이 낀 연휴라서 1박2일의 등반을 즐길 수 있으니 여유롭고 좋다. 양파길 등반을 마치고 대둔산장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햇반과 동결건조 미역국을 곁들여 끓인 죽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아침 8시경에 산장을 나선다. 천등산 어느 등반가의 꿈길을 등반하고 싶었으나 이미 길을 알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 없는 처음처럼길을 등반하기로 한다. 양파길 등반에서 힘을 쏟은 몸 상태를 감안해서 내린 결단이다. 초심릿지라고도 부르는 처음처럼길은 작년 봄에 정신이 부부와 함께 올랐던 적이 있다. 그때는 아직 내 몸이 준비되기 전이어서 그랬던지 후등인데도 상당히 힘겨워 했었던 기억이 있다. 신발을 벗고 건넜던 괴목동천에 누군가 평상으로 임시 다리를 연결해 놓았다. 덕분에 편하게 계곡을 건너서 초심길 출발점에 도착한다.

  

양파길 선등을 맡았던 기송 형이 이번엔 라스트를 맡아 주시고 내가 은경이의 빌레이를 받아 선등에 나서기로 한다. 기송 형은 등산학교 시절에 우리들의 강사로 봉사하시면서 특별히 나에게 유익한 등반 시스템을 많이 가르쳐 주셨다. 그런 까닭에 라스트에서 사진 촬영을 하면서 우리들의 등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감회가 남다를 것이란 생각이다. 첫째 마디는 첫 볼트에서 올라서는 것이 생각보다 까다롭다. 예전에 후등으로도 자세가 나오지 않아 주마링으로 올랐던 구간이다. 약간의 오버행에 우측으로 흘러내리는 바위 표면에서 적절한 발홀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엔 선등으로 나섰기 때문에 약간의 부담이 있었지만 미세한 홀드를 잡고 과감히 한 번 올라선 다음에 확실한 손홀드가 걸려서 돌파할 수 있었다. 일단 두번째 볼트에 클립하면 그 이후는 비교적 쉬운 구간이다.

 

부담스러운 첫째 마디를 잘 끝내고 직상 크랙을 올라야 하는 둘째 마디 앞에서 벽을 올려다 본다. 다소 위압적으로 보이던 예전과는 달리 홀드가 확실할 것 같은 생각에 은근히 등반을 즐길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방심하지 않기로 하고 꽤 멀리 보이는 볼트 이전에 안전을 위해 두 개의 캠을 설치하고 오른다. 볼트 이후의 후반부가 약간 까다로웠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마디를 끝낼 수 있었다. 셋째 마디는 세 개의 짧은 직벽을 오르는 구간으로 두번째와 세번째 바위 사이에 뜀바위가 있다. 낭떨어지를 뛰어 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은경이를 위해 바위턱을 잡고 클라이밍 다운하여 반대편 벽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택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고 좋은 듯하다.

 

넷째 마디는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필요해길을 통해 올라오는 팀과 어느 등반가의 꿈길을 오르는 팀들의 모습이 좌측으로 보인다. 우측의 하늘벽과 민들레길에도 여러 팀이 등반 중이다. 대둔산과 천등산 일원이 남부권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암벽등반 대상지임을 실감하게 된다. 넷째 마디까지의 등반을 마치고 평평한 안부에서 에너지를 보충한다. 처음에 왔을 때 상당한 고도감과 사선으로 이어지는 등반선이 부담스러웠던 마지막 피치를 남겨두었으나 어느 정도 등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 그런지 마음이 평온하다. 좌측의 침니를 올라서서 바라본 다섯째 마디의 등반선 역시 예전보다 위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여차하면 인공으로 돌파할 생각으로 첫 볼트에 클립하고 잠시 루트를 가늠해 본다. 사선으로 뻗은 밴드에 확실한 손홀드가 보여서 차분히 진행하니 큰 어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사선으로 이동하는 구간이 끝나고 마지막 볼트가 박혀 있는 직상 페이스 부분을 등반 하기 위해 작은 손홀드를 찾은 다음 일단 올라서 본다. 하지만 그 다음에 확실한 홀드를 찾지 못해 다시 내려온다. 과감하게 치면 될 듯 했지만 만에 하나라도 추락하는 것이 싫었다. 가능하면 인공 등반을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은경이의 조언 대로 안전을 위해 레더를 설치하고 올라선다. 확보지점인 쌍볼트 바로 앞에 듬직한 홀드가 잡혀서 기분 좋게 등반을 완료한다. 셋이서 안전하게 초심길 등반을 마무리하고 멋들어진 소나무 아래에 둘러앉아 간식을 먹으며 주위 풍광을 감상한다. 괴목동천의 맑은 물줄기와 나란히 가는 국도변의 농가에는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일반 등산객이 거의 없는 천등산은 맞은편의 대둔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한가로운 전원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네 차례의 30여 미터 자일 하강으로 금강굴에 내려서서 어느 등반가의 꿈길 출발점에서 장비를 정리한다. 괴목동천의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탁족을 즐기는 것으로 이틀 간 우리들의 안전하고 행복했던 등반을 감사한 마음 속에서 마무리 한다.                           

        

 

▲ 초심길 마지막 피치는 페이스를 사선으로 뻗은 밴드를 따라 올라가는 루트이다. 

 

 

▲ 괴목동천을 건너서 만나게 되는 이정표.

 

 

▲ 양철판에 멋지게 새겨진 초심길 개념도

 

 

▲ 첫 피치 선등에 나서고 있다.

 

 

▲ 첫 피치는 첫 볼트 위를 올라서는 것이 보기보다 까다롭다.

 

 

▲ 쎄컨을 맡은 은경이의 빌레이와 루트에 대한 조언은 선등할 때 큰 힘이 된다.

 

 

▲ 세로로 길게 뻗은 직상 크랙으로 이루어진 둘째 마디를 출발하고 있다.

 

 

▲ 둘째 마디는 홀드가 확실하지만 중간에 볼트가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캠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 셋째 마디의 첫번째 직벽을 올라서고 있다.

 

 

▲ 셋째 마디의 두번째 직벽을 등반 중이다.

 

 

▲ 셋째 마디의 뜀바위 구간을 건너가기 위해 클라이밍 다운 중이다.

 

 

▲ 뜀바위 구간은 클라이밍 다운 하기 위한 손홀드가 확실하다.

 

 

▲ 뜀바위 구간을 뛰지 않고 건너는 것이 더 안전하다.

 

 

▲ 초심길과 필요해길의 후반부 피치가 조망된다.

 

 

▲ 넷째 마디는 비교적 쉬운 구간이다.

 

 

▲ 다섯째 마디의 출발지점을 가기 위해서 좌측의 침니를 통해 오르고 있다. 

 

 

▲ 마지막 피치는 사선으로 올라가다가 소나무 아래에서 직상하는 루트이다.

 

 

▲ 시야가 확보된 후등자 빌레이를 위해서 조금 내려온 자리에서 확보를 본다.

 

 

▲ 등반을 마치고 하강 중이다. 개념도 상에는 첫번째 하강이 40미터로 나와 있으나 30미터 하강으로 충분하다.

 

 

▲ 네 번의 자일 하강으로 금강굴 아래에 내려설 수 있다.

 

 

▲ 괴목동천의 맑은 물에 발을 담그면서 1박2일의 안전하고 행복한 등반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