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에서 7시 반 즈음에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아침 공기가 제법 신선하다. 도선사 주차장까지 택시를 탈까 하다가 그냥 걷기로 한다. 도로 옆으로 조성된 인도가 완성된 후로 도선사까지 걸어서 오르는 길이 괜찮아졌다. 도선사 경내를 통과하여 용암문을 향해 오른다. 이른 시각이라서 그런지 등산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루재를 통해 인수봉으로 가는 등로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재잘거림을 피하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호젓한 숲길이 이어지는 용암문 가는 길이 한적해서 좋다. 용암문에 도착할 때까지 단 세 사람만을 보았을 정도로 조용한 아침 숲길에서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걷는 발걸음이 상쾌하다. 만경대 우회로를 걷다가 일반 등로에서 벗어나 노적봉 암장을 향해 내려간다. 신선한 사광을 받아 빛나고 있는 노적봉의 우람한 자태가 사뭇 위압적이다.
반도길 출발점에서 장비를 착용한다. 여섯 명으로 구성된 팀이 우리보다 먼저 등반 준비를 끝내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코바위길을 등반할 모양이다. 도드라진 바위의 날등을 타고가는 노적봉의 코바위길은 인수봉의 의대길을 닮았다. 우리가 오를 반도A길은 코바위 우측 옆의 크랙을 따르는 루트이다. 이 루트는 인수봉 의대길 우측 아래의 크랙을 따라 이어진 취나드B길과 유사하다. 인수봉과 노적봉의 대표적인 암벽 루트들이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주말인데도 우리 팀 외에는 반도길을 오를 팀이 없는 듯하다. 인수봉 대슬랩 아래의 북적대는 주말 풍경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한적해서 등반에 집중할 수 있는 노적봉을 올해 들어 자주 찾게 되는 이유다. 코바위길 등반팀의 선등자가 출발한 직후 우측으로 나란히 이어지는 루트를 따라 첫 발을 내딛는다.
코바위 날등 아래의 소나무까지 보통 세 피치로 끊는 것 같았지만 우리는 두 피치로 마무리 한다. 50여 미터 가까이 쉼 없이 등반한 둘째 피치 말미에서는 안전을 위해 자일 유통을 두세 번 확인하고 턱을 넘어서서 소나무 앞의 확보점에 도착한다. 인수봉 취나드B길의 동굴 부분을 닮은 코바위 아래의 침니 출발점이 그 다음 피치의 확보점이다. 쌍볼트에 슬링이 걸려있는 확보점에 이르는 길은 코바위 밑의 크랙을 따라 가야하는데 우측 슬랩의 볼트를 따라가는 바람에 잠시 길이 어긋난다. 나중에 알고보니 볼트가 이어진 길은 공룡길이다. 길을 바로잡기 위해 볼트에서 잠시 확보하고 후등자를 먼저 확보점에 올려보낸다. 나는 위로부터 확보를 받은 상태에서 좌측으로 트레버스 하여 침니 아래로 들어선다. 크랙을 따라 적당한 곳에 캠을 설치하여 확보점을 만들어 가면서 등반해야 하는 반도A길에는 중간 볼트가 거의 없다. 고전적인 길 답게 각 피치의 쌍볼트 확보점에도 튼튼한 쇠줄이 아닌 슬링 몇 개가 걸려 있을 뿐이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그 후로도 루트가 약간씩 헷갈렸으나 그런대로 무난하게 루트를 잘 찾아서 정상에 안전하게 오를 수 있었다.
정상적으로 마디를 끊는다면 총 여덟 피치 정도의 등반으로 정상에 도착하는 것 같다. 반도A길은 피치별 확보점 외에는 중간 볼트가 거의 없기 때문에 크랙을 따라 이어진 자연스런 등반선을 탐색하면서 등반하는 재미가 있다. 안전을 위한 중간 확보점은 충분히 준비한 캠을 적절히 사용하여 만들어야 한다. 등반하는 동안 왕캠을 두 번이나 사용했고 각 호수별 캠 여섯 개를 거의 모두 두세 번 정도는 사용한 것 같다. 세부적인 등반선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인지 반도A길에 대해서 자세한 루트 정보를 사전에 찾을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전체적인 등반선만을 생각하고 가보지 않았던 바윗길 등반에 나섰던 것이다. 루트 탐색을 하느라 다소 긴장된 등반이었으나 노적봉에서 유서 깊은 루트라 할 수 있는 반도A길을 처음으로 만족스럽게 등반했다는 뿌듯함이 남는다. 세 시간이 조금 넘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등반을 마치고 정상에서 점심 먹으며 한가롭게 즐기는 휴식이 꿀맛이다.
▲ 용암문 방향에서 노적봉 암장으로 내려가는 길 중간에 바라본 풍경. 노적봉 날등에서 뻗어내린 코바위가 선명하게 보인다.
▲ 의상능선과 국녕사가 손에 잡힐듯 가깝고 노적사와 중성문이 발 아래로 보인다.
▲ 노적봉에도 다양한 루트의 등반선들이 있으나 인수봉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 코바위 바로 아래의 큰 소나무를 올려다보면서 반도A길 루트를 가늠해본다.
▲ 우리 왼쪽에서 코바위길을 등반하고 있는 팀의 선등자 모습. 슬랩을 딛는 다리 근육이 믿음직스럽다.
▲ 작은 소나무 사이로 코바위를 코 밑에서 올려다본다.
▲ 인수봉 의대길을 닮은 코바위길 날등을 우리 바로 옆에서 등반 중인 클라이머.
통성명을 했다면 사진이라도 보내드렸을텐데 아쉽다.
▲ 반도A길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 코바위 우측 아래의 침니 구간. 인수봉의 취나드B길이 연상된다.
▲ 라스트를 맡은 은경이가 침니 구간을 등반 중이다.
▲ 여기까지는 코바위길 등반팀의 선등자와 우리 팀의 등반 속도가 엇비슷하다.
▲ 침니를 빠져나온 직후에 이어지는 피치. 여전히 볼트는 보이지 않고 크랙 또는 슬랩을 따라 다양하게 등반할 수 있다.
▲ 큰 소나무까지를 세 마디로 끊는다면 이 곳은 여섯째 마디가 된다.
▲ 여섯째 마디는 크랙을 따라 손홀드 양호한 루트를 택하면 재미 있다. 중간에 캠 세 개를 설치했다.
▲ 마지막 마디 직전의 안부에 피어 있는 구절초 무리가 앙증맞다.
▲ 라스트 피치는 중간의 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쉬운 슬랩이 이어진다.
▲ 정상의 확보점에서 인증 사진을 남긴다. 루트를 찾기 위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지만 재미 있는 반도A길 등반이었다.
▲ 노적봉 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오후의 만경대 방향의 조망은 언제나 시원스럽다.
▲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로 보이는 인수봉 정상이 클라이머들로 붐비는 모습이 멀리서도 잘 보인다.
▲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하던 중에 돌아본 노적봉 코바위에는 우리 팀과 같이 출발했던 팀이 붙어있는 모습이 보인다.
▲ 체력이 허락한다면 써미트 암장에서 놀아볼 생각으로 루트를 가늠해본다.
▲ 써미트 암장 아래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노적봉의 모습. 우측 아래로 얼마 전에 등반했던 즐거운 편지길의 출발점이 잘 보인다.
▲ 인수봉에 비해 한적한 등반을 즐길 수 있는 노적봉에 다양한 바윗길들이 있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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