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시행되는 추석 연휴의 대체휴일제 덕택에 하루를 더 쉬게 되었다. 나처럼 고향집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엔 참 고마운 휴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향을 다녀오는 것이 점점 더 힘겹게 느껴진다. 장거리 운전과 교통체증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고향에 다녀오는 것에 대한 설레임이 없어진 것이 문제다. 이제는 의무감으로 다녀오는 고향길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보게 된다. 나날이 쇠약해지는 어머님과 장인 장모님의 모습을 보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찌부득한 몸을 깨우기 위해서 북한산으로 향한다.
칼바위 능선을 따라 북한산성 주능선에 오른다. 주말처럼 많은 산객들이 보인다. 햇살은 따갑지만 불어오는 바람에서 초가을 분위기가 풍긴다. 사람들로 붐비는 대동문 광장을 뒤로하고 수유리의 아카데미하우스로 하산하는 길을 택한다. 중간의 쉼터에서 주먹밥을 먹으며 한참을 쉬어간다.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유리상자의 편안한 노랫가락을 즐겨본다. 걸어온 칼바위 능선 아래의 숲을 조망하고 있는 순간이 좋다. 하산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구천폭포에서 물소리 들으며 다시 한 번 쉬어간다. 등산학교 빙벽반 교육 받던 때가 생각난다. 겨울에 구천폭포가 얼게 되면 빙계 트레킹이라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진다.
아카데미하우스를 지나 북한산둘레길센터에 있는 북카페에 잠시 들러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본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중에서 눈에 띄는 철학책 한 권을 펼쳐들고 잠시나마 책 속에 빠져든다. 커피를 다 마셔갈 즈음 책의 첫 소절을 거의 다 읽는다. 다음에 꼭 구입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책 제목인 <감정수업>을 기억해 둔다. 스포츠클라이밍으로 잠자고 있는 근육을 깨우기 위해서 수유역에 있는 실내암장으로 향한다. 암장에서 몇 번의 리드등반을 하고나니 비로소 온몸에 활력이 생기는 듯하다. 내일부터 다시 강의와 세미나를 열심히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내 몸 속에 충전되는 듯한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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