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설악산 울산바위와 비룡폭포 - 2014년 7월 26일

빌레이 2014. 7. 26. 22:06

울산바위 정상에 올라서본 것이 언제였는지 아득하다. 기억을 더듬어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아마 결혼 직전에 아내와 둘이서 올라보고는 처음인 듯하다. 그때가 1992년이었으니 22년만에 울산바위 정상을 다시 찾은 것이다. 그동안 설악산에서 긴 시간의 트레킹이나 암벽 등반을 즐겼던 내게 있어서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울산바위 등산 코스는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런데 비가 오락가락 한 날씨 때문에 울산바위를 다녀오게 되었다. 안전을 위하여 예정했던 암벽 등반을 포기해야 했다. 올해는 설악산 등반에 날씨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 등반 취소의 서운함을 달래기 위해 고민 하던 중 별안간 떠오른 곳이 울산바위였다. 가본지 꽤 오래 되었고 언젠가는 도전하고 싶은 암벽 등반 대상지라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울산바위를 오르는 일이 여러모로 뜻깊은 일이라 여겨졌던 까닭이다.

 

새벽 5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설악으로 향한다. 토요일에는 설악산 날씨가 좋을 것이란 이틀 전의 일기예보는 여지 없이 빗나간다. 참고만 할 뿐 믿지는 말하야 할 것이 우리나라 기상청의 일기예보란 생각이 든다. 홍천강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차가 인제와 원통을 통과할 때까지 비가 멈추지 않는다. 예정한 미륵장군봉 등반은 포기하고 설악동 쪽의 사정을 보기로 한다. 미시령 터널을 빠져 나오자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간간히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먹구름 사이를 비집고 떠오른 태양빛은 울산바위 주변에 아름다운 무지개를 수놓는다. 척산온천 부근에서 차를 멈추고 오랜만에 보는 무지개를 감상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설악동 주차장에 들어가기 직전에도 저항령 위의 먹구름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드리워진 무지개를 다시 만난다.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해서도 비는 멈추지 않는다. 등반지를 변경하여 외설악 쪽에서 등반을 시도해 보겠다는 생각까지 깨끗히 접는다. 오히려 편해진 마음과 관광객 같은 가벼운 차림으로 우산을 들고 울산바위로 향하는 등산로를 걷는다. 계조암과 흔들바위에서 올려다보는 울산바위의 의연한 자태는 여전하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올랐던 흔들바위를 회상하며 잠시 추억에 젖는다. 울산바위 정상을 오르는 예전의 철계단은 없어지고 약간 좌측으로 돌아가는 루트에 좀 더 넓고 편안해진 나무 계단길이 생겼다. 정상을 오르는 계단길에서부터 비를 머금은 세찬 바람이 불어제낀다. 정상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바람 때문에 난간을 단단히 붙잡아야 할 정도였다.

 

울산바위 정상의 전망대에서 보는 풍광은 변함없는 일품이다. 설악산 서쪽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 때문에 동해와 속초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시야가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아름답다. 우람한 근육질 몸매의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거대한 울산바위를 감상하고 있노라니 온몸에 힘이 솟는 것 같다. 정상 바로 밑의 안부에서는 울산암 릿지 등반에 나섰던 한 팀이 우리처럼 등반을 포기하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간식을 먹고 있다. 여름철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린 울산바위의 세찬 바람을 뒤로하고 신흥사를 거쳐 비룡폭포를 다녀온다. 최근에 완공되었다는 육담폭포의 출렁다리도 구경하고 시원스럽게 일자로 내리꽂는 비룡폭포의 힘찬 물줄기도 감상하면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상쾌하다. 비록 예정된 등반을 즐기지는 못했지만 하늘의 날씨를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여 그 댓가로 설악에서 맘 편한 피서를 만끽하고 돌아왔다는 만족감이 남는다.            

 

▲ 22년만에 올라본 울산바위 정상. 아래쪽 전망대에 세찬 바람과 비 때문에 등반을 포기한 팀의 모습이 보인다. 

 

▲ 울산바위 위의 하늘에 드리워진 무지개가 보인다. 사진에는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선명하지는 않다. 

 

▲ 권금성 중턱에서 저항령 위로 드리워진 무지개는 좀 더 선명하다.

 

▲ 신흥사 앞의 표지판이 재미 있다.

 

▲ 흔들바위는 1982년도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수학여행을 생각나게 했다.

 

▲ 계조암 석굴 위로 보이는 웅장한 울산바위의 위용.

 

▲ 흔들바위를 흔들어보는 포즈를 취해보지만 바위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 오똑한 세존봉 너머의 설악산 서쪽은 먹구름 속이다.

 

▲ 세차게 불어제끼는 바람 탓에 난간을 단단히 붙잡고 기념사진을 남긴다.

 

▲ 울산암 정상에서 내려다본 동해와 속초 시가지 풍경이 깨끗하고 평온하다.

 

▲ 미시령 터널로 향하는 도로와 대명콘도의 전경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 설악산에 자주 와도 신흥사 경내를 구경하는 일은 드물다.

 

▲ 육담폭포 오르는 길에 새롭게 건설된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컷.

 

▲ 출렁다리는 그 이름에 걸맞게 상당히 출렁거린다.

 

▲ 비가 오면 수량이 늘어난 육담폭포. 

 

▲ 육담폭포 바로 위쪽에 검푸른 빛을 띠는 깊은 연못이 인상적이다.

 

▲ 시원스럽게 내리 꽂는 비룡폭의 물줄기는 보는 이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 비룡폭포 다녀오는 길은 도란도란 얘기꽃 피우며 걷기에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