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도드람산 암장 - 2014년 8월 23일

빌레이 2014. 8. 24. 07:35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 보면 서이천 톨케이트 부근에 도드람산이 우측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주변의 다른 산에 비해 암릉이 멋들어진 도드람산은 예전부터 나의 눈길을 끌었다. 몇 년 전까지 암릉 타기를 즐길 때 꼭 한 번은 오르고 싶은 산이었으나 기회가 닿지 않았다. 최근에 스포츠 클라이밍으로 건강을 위한 운동을 대신하다 보니 가끔은 실내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도 스포츠 클라이밍과 유사한 동작들을 즐길 수 있는 하드프리 암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난 5월에 대구 연경암장에서 하드프리 클라이밍을 맛보기는 했다. 인공암벽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를 수 밖에 없는 자연암벽에서의 클라이밍은 생각보다 어려웠었던 기억이다.

 

도드람산에 돼지굴 암장이 있다는 이유 때문에 다시 그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침 8시에 서울을 나섰으나 주말 나들이객들과 섞이는 바람에 중부고속도로는 밀렸다. 도드람산의 영보사 입구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다. 편안한 산길을 올라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암릉길이 이어진다. 1봉부터 4봉까지 연결되는 암릉이 제법 험해 보인다. 정상인 4봉을 지나 돼지굴 옆의 암장에 도착해서 쉬운 코스만 붙어본다. 간밤에 비가 좀 내린 탓인지 젖은 바위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조심스럽고 신중한 동작으로 선등하여 줄을 걸고 톱로핑 방식으로 두 세 번 반복해서 올라본다. 군데군데 이끼가 끼어있는 바위가 미끄럽기는 하지만 홀드를 잘 찾아서 올라가는 맛이 그런대로 괜찮다.

 

한적한 돼지굴 암장에서의 편안한 시간이 흘러가지만 멀티 피치 등반에 비할 만큼 즐겁지는 않다. 바위에 붙을 때는 집중하느라 느끼지 못하지만 쉬는 시간에는 중부고속도로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상당히 귀에 거슬린다. 조용한 자연 속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고속도로 뒷편이라면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겠지만 돼지굴 암장의 위치에서는 자동차들로 인한 소음 공해를 피할 수가 없다. 고도가 높지 않고 주변이 습하기 때문에 모기와 날파리들이 많다는 것도 여름철에는 좋지 않은 암장 환경이다. 돌아오는 길에 남한산성 불당리 마을에 위치한 암장을 둘러본다. 줄을 걸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붐빈다. 아직은 암장에서 즐기는 것보다는 멀티 피치 등반이 내게는 더 좋겠다는 결론을 얻는다.    

 

자연암벽의 어려움은 홀드 찾기에 있다. 인공암벽에서는 대부분의 루트마다 리본으로 표시를 해두기 때문에 홀드를 찾는 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어떤 동작으로 크럭스를 돌파할 것인지가 관건이 된다. 자연암벽은 스스로 홀드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배가된다. 물론 자연암벽이라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벽에서는 바위에 남아 있는 초크 자국 같은 흔적들을 따라가면 좀 더 쉽게 홀드를 발견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 마저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일 게다. 인공암벽에서의 추락은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자연암벽에서는 짧은 추락도 암벽의 형태에 따라서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추락에 대한 공포도 자연암벽을 좀 더 어려운 대상지로 만드는 요인이다. 그렇지만 거친 자연의 암벽을 타고 싶은 마음은 인간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자연암벽에 붙고 싶은 마음을 떨칠 수 없는 건 그야말로 자연스런 현상인 것이다. 내 마음에 들어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자연 속의 암장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돼지굴 암장의 바위는 차돌 같은 암질이다.

 

▲ 도드람산 영보사에서 올라가는 산길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다.

 

▲ 잠발란 칼랑크 어프로치화를 개시해 본다. 일단 착화감은 합격이다.  

 

▲ 작은 산 답지 않게 도드람산의 표지판은 잘 되어 있다.

 

▲ 최근의 비 때문인지 곳곳에 버섯들이 만발해 있다.

 

▲ 도드람산 1봉 정상 아래로 중부고속도로가 보인다. 예상대로 소음이 심하다.

 

▲ 제2봉 정상.

 

▲ 도드람산의 암릉은 꽤 험하다.

 

▲ 제3봉에서의 인증샷. 바윗틈에 자란 소나무가 멋지다.

 

▲ 등산로는 암릉길과 오솔길이 나란히 간다. 선택해서 즐길 수 있다.

 

▲ 도드람산의 정상인 제4봉. 효자봉이라는 정상석이 있다.

 

▲ 돼지굴에 설치되어 있는 디귿자형 철사다리. 지금은 안전진단 결과 사용하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다.

 

▲ 굴이라기 보다는 촉스톤이 있는 침니 형태인 돼지굴.

 

▲ 돼지굴 좌측으로 이어진 절벽에 암장이 있다.

 

▲ 돼지굴 암장의 중앙벽.

 

▲ 암장 안내판.

 

▲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 홀드 찾기가 힘들었던 '첫사랑' 루트.

 

▲ 돼지굴 암장은 아담하고 그늘진 곳이지만 고속도로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심하다.

 

▲ 돼지굴 암장 우측벽.

 

▲ 바위에 적응된 탓인지 약간은 쉽게 느껴졌던 'I belive' 루트.

 

▲ 암장 좌측에서 볼 수 있는 촉스톤.

 

▲ 뒤돌아 나오는 길에 올려다본 돼지굴 암장.

 

▲ 하산길은 편안한 임도가 이어진다. 도드람산 등산과 암장 순례를 여유 있게 즐겼다.

 

▲ 남한산성 불당리 마을로 진입해서 우측의 산길로 올라가면 암장이 있다.

 

▲ 남한산성 범굴 암장은 주말을 즐기는 클라이머들로 초만원이다.

 

▲ 적어도 여름철엔 불당리 마을 앞 시냇물에 발 담그고 노는 것이 암장에서 노는 것보다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