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08년 세밑에 돌아보는 한 해

빌레이 2009. 5. 28. 16:48

아직까지 나이 먹는 게 좋다. 한 해가 지날수록 더 많은 지식을 쌓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육체적으로 늙어간다는 생각보다는 정신적으로 성장한다는 느낌이 아직은 더 강하게 나를 지배한다.

내일이 크리스마스이니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08년 한 해를 돌아보면서 나는 얼마나 성장했는지 반성해본다.

 

학기가 끝났으니 연구소에서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로 직장을 옮긴지 어느새 만 5년이 되었다.

대학에 많은 것이 익숙해지고 어느 정도 중요한 일도 감당해내는 위치가 되었다.

하지만 연구 성과나 학생 지도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감동스런 순간도 많았지만 자신이 실망스런 부분도 존재한다.

부지런히 앞만 보고 뛰었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면 반성할 일이다. 내년엔 좀 더 지혜로운 직장생활이 되어야 한다.

 

2008년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두 분이 세상을 떠났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과 이청준 선생의 죽음이 그것이다.

지난해에 겪은 사랑하는 아버지를 하늘로 보내드린 슬픔에 비할 수는 없지만 많이 슬펐다.

박경리 선생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최근 읽은 이청준 선생 생전의 마지막 작품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는 내게 순수문학의 잔잔한 감흥을 안겨주었다.

이들처럼 죽은 뒤에도 세상에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산을 좋아한지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등산을 제대로 즐기기는 서울로 직장을 옮긴 후이니 이 또한 5년 남짓이다.

그간 산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았고 등산할 수 있음에 행복했다. 산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삶이 존재한다.

2008년엔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을만한 산행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여름에 나 홀로 훌쩍 떠났던 지리산과 설악산 산행이 우선 생각난다.

친구가 보고 싶어 내려가는 길에 홀로 올랐던 지리산은 그리움을 찾아나선 등반이었다.

마음 속을 정화하기 위해 떠난 설악산의 소청산장에서 보았던 붉은 노을은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다.

 

캘거리 대학에서 열린 학회 참가차 갔던 캐나다 출장길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 같은 것이었다.

일주일 넘게 혼자 지냈지만 조금도 지루함을 느낄 순간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최상이었다.

학문 탐구에 대한 열정과 여유로운 연구 생활에 대한 동경 때문에 캘거리 대학의 학회는 많은 자극이 되었다.

벤프에서 재스퍼에 이르는 캐나디언 록키에서 보낸 사흘은 등산과 사진에 미쳐있는 내게 축복 같은 순간이었다.

캘거리 서쪽 대평원 속에 자리한 로얄티렐뮤지엄과 공룡서식지인 드럼헬러 일대는 이국적인 풍취를 한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순간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런 순간들은 모두가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된 건 틀림없다.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 녀석과 중학생이 되는 딸이 건강하게 자라준 것에 감사한다.

학교 공부가 나의 바램엔 한참 미치지 못하여 마음 불편할 때가 많지만 공부보다 중요한 가치를 가르쳐주고 싶다.

신앙적으로 나는 여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봉사 정신이 투철하지 못하고 자신을 낮추는 데 인색하다.

부족한 것들을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주마가편의 자세로 더 나은 성장을 위해 뛰어가는 길 밖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

 

나 혼자만의 삶이라면 의미가 없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직장과 신앙의 동료들, 연구 동료들과 학생들, 

그리고 등산 동료들과 많은 선생님들 ...

나를 둘러싼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나의 삶은 감사함으로 가득하다. 

내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

 

God bless you. Merry Christm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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