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도봉산 낭만길 등반 - 2014년 4월 5일

빌레이 2014. 4. 5. 22:20

날씨의 변덕이 몹시 심한 하루였다. 햇볕이 있을 땐 포근하다가 구름 속으로 해가 들어가면 금방 쌀쌀해졌다. 다섯째 마디부터는 간간히 눈발이 날리다가 정상에 도착한 이후로는 함박눈으로 변했다. 암벽등반 중에 함박눈을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이름만큼이나 낭만적인 등반이 된 셈이다. 박교수님, 유집사님, 영신이 형, 은경이, 나, 이렇게 다섯 명이 도봉탐방안내소에서 9시 즈음에 만난다. 꽃샘 추위로 쌀쌀한 아침이지만 햇볕 좋은 봄날을 만끽하며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만월암까지 가는 길 주변은 온통 봄꽃 천지다. 진달래, 개나리, 산벚꽃, 목련 등이 파스텔톤으로 산의 빛깔을 장식하고 있다. 땅 가까운 곳에서는 노랑제비, 제비꽃, 개별꽃, 현호색, 양지꽃, 산괴불주머니 등속이 자기들도 봐달라는 듯 올망졸망 예쁘게 피어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가녀린 연두빛 새 이파리들까지 봄꽃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

 

주변 풍광이 좋은 도봉산의 낭만길은 선인봉과 자운봉 사이에 있는 릿지로 그 종착점은 만장봉이다. 몇 번 등반했던 곳이라 익숙한 곳이다. 은경이의 빌레이를 받고 첫째 마디를 간단히 끝낸다. 영신이 형에게 선등자가 해야할 작업들을 알려드리기 위해 두 번째로 등반하게 한다. 그 뒤로 유집사님, 박교수님 순서로 오르고 은경이가 라스트를 맡기로 한다. 둘째 마디 후반부에서 약간 주춤한다. 우측 날등으로 넘어서서 오른다. 별로 어렵지도 않은 곳인데 버벅댄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땐 캠을 두 개 설치하고 추락의 두려움 없이 과감히 돌파했어야 했다. 아직 자연암벽에 대한 익숙도가 높지 않아서 생긴 현상인 것 같다. 셋째 마디를 우회로로 쉽게 통과하고, 넷째 마디는 침니가 까다롭기 때문에 중간에 피치를 끊어서 등반한다. 클라이밍 다운으로 넷째 마디 확보점을 내려서서 다섯째 마디를 등반하는 동안 약하게 눈발이 날린다.

 

다섯째 마디를 끝내고 간단하게 점심을 나눠 먹는다. 여섯째와 일곱째 마디는 쉽게 통과한 후 마지막 마디의 직벽 앞에서 자일파티 모두가 모인다. 작년엔 좌측의 침니로 올랐었다. 이번엔 우측의 디에드르 형 직벽 크랙 쪽으로 올라보기로 한다. 첫 볼트가 멀리 있어서 추락의 공포를 지울 순 없지만 크랙 사이의 돌기가 비교적 확실한 홀드가 되어 그런대로 괜찮게 중간 턱에 올라선다. 첫 볼트 직전에 캠을 설치하고 난 후 볼트에 퀵드로를 건다. 그 이후의 세로 크랙이 생각보다 까다롭지만 레이백 자세처럼 손홀드를 확실히 잡고 발재밍을 적절히 사용하니 어렵지 않게 올라설 수 있다. 이 곳에서 마디를 끊고 네 사람 모두 중간에서 모인다. 남은 부분도 보기보다는 쉽지 않다. 아직은 슬랩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서 자꾸 좌측의 벽쪽으로 붙으려 하기 때문에 등반이 힘들어진다. 그래도 침착하게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다.

 

등반을 완료하고 정상에 있는 나무를 이용해 확보점을 만든다. 나무 두 곳에 이중으로 자일을 고정하고, 바위턱을 넘어서는 적당한 길이로 자일을 늘어뜨린 후 중간 팔자 매듭 두 개를 만든다. 매듭 하나는 내 몸 확보용으로, 다른 하나는 간접 빌레이를 위한 자동확보기 설치용으로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후등자가 보이는 위치에서 안전하게 확보를 볼 수 있다. 모두가 안전하게 등반을 완료하고 정상에 머물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었으나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도 세차져서 오래 머물 수 없다. 서둘러 하강 하기로 한다. 하강까지 안전하게 마치고 낭만길 등반을 마무리 한다. 봄날의 낭만길에서 함박눈을 만났으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싶다.

 

1. 마지막 피치 직벽 위의 중간 턱을 넘어서고 있다.

 

2. 만월암을 향해 오르는 동안의 주위 풍경이 봄빛이다.

 

3. 꽃샘 추위로 기온이 내려가 쌀쌀함을 느낀 가운데 등반해야 했다.

 

4. 은경이가 선등자 빌레이를 보고 있다. 박교수님과 영신이 형이 등반을 도와준다. 유집사님은 사진 촬영 중이다. 

 

5. 둘째 피치 후반부에서 우측으로 넘어가야 등반이 쉽다.

 

6.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평소보다 바위가 어렵게 느껴진다.

 

7. 작년엔 별 어려움 없이 전진했던 구간도 신중히 오른다.

 

8. 넷째 피치의 침니에 들어서기 직전이다.

 

9. 넷째 피치 확보점을 클라이밍 다운으로 내려서고 있다.

 

10. 자운봉으로 향하는 배추흰나비길에서도 한 팀이 등반 중이다.

 

11. 간단한 점심 직후에 여섯째 피치를 시작하는 중이다.

 

12. 뜀바위를 건넌 후 여섯째 피치 후반부를 등반하고 있다. 

 

13. 쎄컨으로 오르는 영신이 형이 일곱째 피치를 등반 중이다. 

 

14. 라스트 피치 시작점은 디에드르 형태의 직벽 크랙이다.

           

15. 라스트 피치 후반부 등반에 나서는 중이다. 몸이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자꾸 몸이 좌측으로 붙는다. 슬랩에 대한 자신감을 길러야 한다.

 

16. 박교수님이 마지막 구간을 등반 중이고, 나는 위에서 후등자 확보 중이다.

 

17. 선등자 빌레이와 라스트의 궂은 일을 맡았던 은경이가 마지막 구간을 등반하고 있다. 

 

18. 정상엔 확보용 쌍볼트가 없기 때문에 나무에 확보해야 한다. 백업 시스템으로 안전을 도모한다.

 

19. 차가운 날씨 탓에 정상에서 오래 머물 수가 없는 관계로 하강을 서두른다.

 

20. 하강 중에는 함박눈이 펄펄 내렸다. 두 번째 하강 고리에 자일을 설치 중이다.

 

21. 암벽등반을 하는 동안 함박눈을 만나기는 처음이다. 춘설 속의 낭만길 등반이라는 추억이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