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오봉 등반을 계획하고 아침 8시 우이동에서 네 명의 일행이 모인다. 일기예보 상으론 오후 3시부터 비가 내린다고 한다. 편의점 앞에서 커피 한 잔을 나눠 마시며 일정에 대해 상의한다. 등반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결정을 재촉하는 듯한 이슬비가 흩날린다. 오봉 등반은 다음으로 미루고 가까운 수유동의 난나암장에서 등반 연습을 하기로 한다. 박교수님과 유집사님께는 처음 대하는 인공암벽에서의 등반이 나름의 의미는 있겠지 싶었다. 비가 많이는 오지 않는 관계로 둘레길을 따라 난나암장까지 이동하기로 한다. 어느새 비는 멈추고 진달래와 개나리가 활짝 핀 둘레길 주변 풍경이 정겹다. 4·19 국립묘지를 내려다보는 전망대에서 보는 풍광 또한 시원하다. 수유동의 주말농장엔 퇴비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아름드리 목련이 만개하여 봄을 실감케 한다.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두 시간 정도를 걸어서 강북청소년수련관 뒷편에 있는 난나암장에 도착한다. 난나는 "나는 나"라는 뜻이라고 한다.
등반 준비를 하고 있는데 모 산악회에서 열댓 명 정도의 대부대가 우리 옆에 진을 친다. 관리하는 직원분이 와서 어린이들 등반 교육이 곧 있을 것이라며 우측 벽은 12시까지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주위엔 청소년들이 무슨 게임인가를 하고 노는 소리에 정신이 없을 정도다. 마음 같아선 다른 곳으로 가고 싶지만 기왕 온 것 그냥 즐겨보기로 한다. 대부대에 밀리면 줄도 걸 수 없을 것 같아서 간단히 장비를 착용하고 준비 운동도 하지 않은 채 은경이의 빌레이를 받으며 중앙 직벽에 붙어본다. 낯선 곳에서의 첫 등반이라 조심 조심 오른다. 홀드가 크고 양호하여 어렵지 않게 줄을 건다. 퀵드로를 자일에서 해체하면서 하강한 후 몸풀기를 위해 톱로핑으로 한 번 더 오른다. 뒤이어 은경이가 두 번 연속 오르고, 박교수님과 유집사님이 차례로 등반하신다. 두 분은 처음 인공암벽에 붙는 사람들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오르신다. 빌레이 연습도 병행해가면서 등반하기 때문에 교육적인 효과도 뛰어난 것 같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나니 소란스럽던 어린이들의 등반 교육이 끝난다. 우측 날등의 직벽에 은경이가 선등으로 줄을 건다. 디에드르 형태의 침니를 이루고 있는 중앙벽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홀드 간격이 촘촘하고 비교적 잡기 좋은 형태들이라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완료한다. 은경이가 내려와 톱로핑 빌레이를 보기 위해 준비 중인데 이 루트는 확보점을 두 곳으로 하면 좋다고 관리하는 분이 다가와서 말해준다. 그 분의 충고대로 줄을 걸기 위해 톱로핑으로 올라가서 확보점에 몸을 확보한 후 우측 1 미터 지점의 확보점에도 줄을 걸어 놓고 하강한다. 자일이 살짝 꼬여 있어서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이렇게 해놓고 보니 더욱 안전하기도 하고 빌레이 보는 것도 훨씬 수월해서 등반이 즐거워진다. 또다시 두어 차례씩의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박교수님과 유집사님은 이 곳 역시 잘 등반하신다.
다음으로 측면 오버행 벽에 도전하기로 한다. 은경이의 빌레이를 받으며 붙어본다. 첫 번째 오버행 구간을 돌파하는 게 쉽지 않지만 그런대로 괜찮게 오른다. 두 번째 오버행 구간은 좀 더 경사가 큰 탓에 잠시 쉬면서 홀드를 가늠해본다. 다시 붙어 본 벽은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포켓 형태의 홀드가 많아서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오버행 구간도 무난히 오르는 것 같다. 그 이후는 직벽이라 쉬운 편이다. 그렇게 등반을 완료하고 하강하여 다시 톱로핑으로 오르면서 퀵드로를 해체하려 했지만 힘에 겨워 중간에 내려온다. 은경이가 톱로핑으로 오르면서 남겨진 퀵드로를 해체한다. 오버행을 돌파하는 은경이의 자세가 멋지다. 박교수님과 유집사님께는 오버행이 아직은 무리인 듯하다. 두 분 모두 중간에 하강하신다.
오후 2시 반 정도에 서서히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등반을 마무리한다. 은경이는 아침에 버스에 두고 내린 모자를 찾겠다며 먼저 떠나고 우리 세 사람은 버스를 타고 종로 5가의 장비점으로 이동한다. 박교수님과 유집사님께 필요한 장비를 구매하고 은경이를 다시 만나 광장시장의 빈대떡집에서 뒷풀이를 한다. 봄비 내리는 토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광장시장의 먹자골목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겨우 식당 안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빈대떡과 순대에 막걸리 한 잔씩을 나눠마신다. 오봉 등반에 나섰다면 날씨 때문에 즐겁지 않았을 것이라 서로를 위안하면서 인공암벽에서 즐긴 등반연습에 만족하기로 한다. 이제는 서울 시내에도 여러 곳에 인공암벽이 생겼으니 자연 암벽에서의 등반이 여의치 않을 때에도 인공암벽에서 등반을 즐길 수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에 입문한 후로 등반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사실이 기분 좋다.
1. 우측면벽 오버행 루트를 선등 중이다.
2. 중앙벽 우측의 직벽에 서둘러 줄을 건다. 대부대에 밀려 등반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이다.
3. 항상 첫 오름짓은 긴장된다. 낯선 환경이지만 홀드가 양호해서 비교적 쉽게 오른다.
4. 열대여섯 명으로 구성된 팀 속에 끼어 주눅들지 않고 우리들만의 등반을 즐겼다.
5. 중앙 직벽에서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 연습을 한다.
6. 소란스럽던 어린이 등반 교육이 끝난 후 은경이가 우측 직벽 선등에 나선다.
7. 날등의 고도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홀드가 양호하여 쉬운 루트이다.
8. 톱로핑 방식으로 두 번씩 오르내린다. 라스트 확보점 두 곳에 줄을 걸면 안전성이 높아지고 빌레이가 편해지는 곳이다.
9. 유집사님이 등반 중이고 박교수님이 빌레이 중이다. 두 분 모습은 베테랑처럼 자연스럽다.
10. 우측 측면벽 오버행 구간을 선등으로 완료한 직후의 모습이다.
11. 은경이는 톱로핑 방식으로 오버행 구간을 멋지게 오른다.
12. 오버행 루트에서 빌레이 보는 모습.
13. 북한산 둘레길을 걸어가던 중 4·19국립묘지 전망대에서 잠시 쉬어간다.
14. 둘레길 주변은 진달래가 한창이다. 시절이 예년에 비해 2주 정도는 빠른 듯하다.
15. 수유동 주말농장 주변의 목련꽃이 만개한 모습.
16. 둘레길 구간 중 보광사 주변의 진달래꽃이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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