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는 이종사촌 관계인 철이 형이 어제 이 세상을 등졌다. 뇌출혈로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로 6년여를 버티다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 형은 나보다 두 살이 더 많다. 고교 평준화에 의해 배정 받은 고등학교의 동문 선배이기도 하다. 나는 형에게서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내가 처음으로 서울에 왔던 날은 대학 입학원서를 접수하는 길이었다. 철이 형을 생각하면 항상 그때가 떠오른다. 휴학 중이던 형을 따라 광주에서 서울로 왔고, 서울의 지리를 전혀 모르던 나를 데리고 다니며 입시원서를 접수시켰었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눈이 펑펑 내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흥동의 외삼촌댁을 찾아가는 길이 험난했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음력으로 쇠는 내 생일이기도 한 오늘 오후에 형의 빈소를 찾았다. 이모와 이모부, 사촌 동생들을 위로해드리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죽음이다. 열심히 일만 하다가 과로로 인해 쓰러져간 철이 형의 생이 아깝고 짠하다. 부모보다 먼저 생을 마감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불효라는 것을 이모와 이모부의 모습 속에서 실감한다는 게 한편으론 야속하다. 철이 형은 생전에 회사 일만 열심히 하다 조금씩 여유를 찾으려고 마음 먹고 보드도 사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스키장엔 가보지도 못하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우리네 삶이 참 덧없다. 철이 형의 영혼이 천국에 안착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오스트리아 짤츠부르그 인근 호수 마을인 장크트 길겐 교회의 천정 벽화이다. 천국의 모습을 묘사한 듯하다. 2010년 6월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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