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알프스 트레킹 - 2>를 읽고

빌레이 2013. 12. 20. 17:11

"긍열 씨의 책은 수공예품으로 봐 주세요"라는 벗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지 싶다. 대형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은 저자의 원고를 바탕으로 디자인부터 인쇄되는 과정까지 몇 단계를 거치는 동안 분업화된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손길을 더한다. 그 결과 세련되고 멋들어진 형태의 책으로 만들어져 서점에 진열되고, 각종 광고 매체를 통해 출판사는 그 책을 팔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허 선생님은 이 모든 과정을 거의 혼자의 힘으로 해낸다. 작품이 탄생 되기까지의 전 과정에 관여하여 훌륭한 수공예품을 만들어내는 명장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렇게 혼자서 하는 작업이 힘은 들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일반적인 출판 시스템의 흐름 속에서는 저자의 본래 의도가 무시되거나 왜곡되기가 일쑤다.

 

최근에 출판된 <알프스 트레킹 - 2>도 전문 디자이너나 편집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저자 혼자서 거의 모든 일을 해치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만큼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저자의 생각이나 의도가 비틀리지 않고 온전히 진솔되게 표현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터호른 일주, 몬테로자 일주, 샤모니-체르마트 오트 루트라는 3대 트레킹 코스를 최근에 부부가 함께 직접 체험한 후 정리한 기록이라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각 트레킹 코스마다 지도와 구간별 정보가 잘 안내 되어 있으며, 말미에는 저자가 직접 걸어본 경험을 기술한 산행기가 실려 있어 생생한 현장감을 더해준다. 사진집이라 해도 손색 없는 멋진 그림들로 채워진 책장을 넘기는 손과 눈은 시종일관 즐겁다. 개인적으로는 책 속의 사진 속에서 숨은그림 찾듯이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 또한 각별했다.  

 

샤모니 주변의 몽블랑 산군을 다루고 있는 <알프스 트레킹 - 1>을 읽은 후 찾은 지난 여름의 샤모니 여행은 그 이전보다 훨씬 환상적이었다. 간접 경험한 알프스를 나의 두 발로 걸어 직접 체험한 기쁨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알프스 바이러스에 단단히 중독 되었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알프스 트레킹 -2>를 읽고 난 지금 그 중독 증세는 더욱 심해진 듯하다. 아직 샤모니 주변도 마음껏 체험하지 못했는데 체르마트 인근까지 걷고 싶게 만드는 이 책이 한편으로는 원망스럽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이미 내 머리 속은 체르마트에서 샤모니까지 이어지는 오트 루트를 트레킹하기 위한 준비로 복잡해진다. 책 속에 소개된 루트를 거꾸로 걸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 알프스 트레킹 1권은 샤모니 주변 몽블랑 산군, 2권은 체르마트 인근의 트레킹 코스를 잘 소개하고 있다. 

 

2. 알프스 트레킹 2권은 부부가 함께 체험한 기록을 담고 있기에 저자에게는 더욱 각별할 것이다. 

 

3. 알프스 최고의 미봉인 마터호른 둘레를 돈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4. 알프스 제2위 봉인 이탈리아의 몬테로자 일주 코스는 색다른 알프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5. 오트 루트는 예전부터 나의 뇌리에 걷고 싶은 길로 남아 있다.

 

6. 야영 장비까지 짊어진 고된 길을 부부는 즐겁게 다녀왔다고 한다. 나도 몇 번 신세졌던 노란색 텐트가 반갑다. 

 

7. 구간별 루트 안내 뒤에는 저자가 직접 체험한 산행기가 실려있다.

 

8. 이 사진 속 어딘가에 내 모습이 숨어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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