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근거리용 안경과 돋보기

빌레이 2013. 11. 24. 19:56

한 달 전쯤에 안경을 바꿨다. 자꾸 침침해지는 눈 때문이다. 안경만큼 단순하면서도 고마운 발명품이 또 있을까 싶다. 새 안경을 끼고도 여전히 책이나 논문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 수 없이 근거리용 안경을 마련했다. 노인들이 사용하는 돋보기가 아니라 근거리용 안경으로 표현해보지만, 이른바 노안이 심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근거리용 안경을 끼고 작은 글씨를 보니 선명도가 높아진 까닭에 정신이 개운해진다. 하지만 다시 평상시의 안경으로 갈아 끼어야 하는 순간 경미한 두통이 느껴진다. 두 안경을 번갈아 끼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서글픈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니 편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가까이 있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멀리 있는 것을 보면서 좀 더 멀리 세상을 크게 바라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좋겠다. "노안"이 아니라 "성숙안"으로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마음 속으로는 가급적이면 책을 보지 않고 연구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허황된 꿈을 가져본다. 그러나 먹물을 계속 마시고 살아야 하는 직업을 바꿀 수도 없고, 책과 논문으로부터 얻어지는 무한한 기쁨을 포기할 마음도 없다. 글을 쓰고 읽는 큰 기쁨에 비하면 안경을 갈아쓰는 번거로움이나 미미한 두통 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불편함이다.

 

1. 왼쪽이 예전 십여년간 사용하던 안경테에 렌즈만 바꾼 근거리용 안경, 오른쪽이 새로 장만한 평상시 안경이다. 

 

2. 근거리용 안경을 착용하니 작은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 안경은 단순하면서도 효과는 만점인 고마운 발명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