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안개 자욱한 안동시를 벗어나 애마를 운전하여 도산서원으로 간다. 어느 고개 하나를 넘어서니 갑자기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반겨준다. 쌀쌀한 날씨에 도산서원의 첫 관람객이 된다. 퇴계 선생의 학문적 열정이 남아있는 이 곳이 점점 쇠락해간다는 느낌이 들어 애잔하다. 그러고보니 천 원권 지폐의 뒷면을 장식하던 도산서원도 신권에서는 사라져버렸다. 퇴계 선생의 <자성록>을 올 겨울 읽어야 할 책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만간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봉화의 청량산으로 향한다.
낙동강 맑은 물이 기암괴석 사이를 흘러내리는 청량산 일대는 오랜 옛날 바다 속에 잠겨 있었을 것이 틀림 없다. 해저를 구경하는 듯한 신비로운 지형을 보여준다. 입석 주차장에 차를 쉬게하고 청량사로 향한다. 산허리를 완만하게 굽이쳐 돌아가는 오솔길이 정말 좋다. 아침 해를 온전히 받고 있는 청량사의 빼어난 풍광을 천천히 구석구석 감상하면서 하늘다리로 향한다. 원효대사의 숨결이 전해지는 우람한 삼각우송의 자태가 특별히 인상적이다.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하늘다리는 연장 90 미터와 지상고 70 미터에 이르는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현수교로 2008년 5월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하늘다리를 지나 청량산에서 가장 높은 장인봉에 오른다. 김생의 글씨를 집자해서 만든 정상석이 멋지다. 일반 관광객이 붐빌 즈음 다시 하늘다리를 통과하여 상대적으로 한산한 능선길로 접어든다.
탁필봉과 자소봉 등의 봉우리들이 중국의 산수화 속에서 금방 빠져 나온 듯이 서있다. 자소봉 정상에 올라 주위를 조망한 후 바로 앞의 봉우리를 올라본다. 아기자기한 암릉등반의 묘미를 잠깐이나마 느껴본다. 경일봉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이 한적해서 좋다. 응진전으로 향하는 산허리길은 올라올 때 걸었던 길보다 높은 고도의 오솔길이다. 그 길 중간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청량사의 전경은 가히 일품이다. 항공 사진을 찍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이다. 부감법이라는 우리나라 진경산수화 기법을 체득하는 것 같기도 하다. 깍아지른 절벽 아래에 세워진 응진전 주변은 양지바른 산골마을을 옮겨놓은 듯한 정겨움이 느껴진다. 청량산 곳곳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던 정말 만족스런 만추의 산행을 즐겼다는 것이 감사하다. 청량산 환종주길이 완성된다면 다시 한 번 꼭 찾아오리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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