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초가을 숲길을 걷다 - 주금산과 거문고길 (2013년 9월 6일)

빌레이 2013. 9. 14. 04:57

단조로운 평지를 산책하는 것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사이 좋게 이어진 숲길을 걷는 것이 내게는 더 좋다. 미국 출장 중에 대부분 평지로 이루어진 대학 캠퍼스 주변과 캘리포니아 해변을 거닐면서 찾아든 생각이다. 그동안 암벽등반을 주로 즐겼던 탓에 숲길을 길게 걸을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출장을 다녀와 서울에 도착한 날이 개강일이었다. 다음 날 곧바로 네 시간의 강의를 했다. 연구실도 옮겼다. 여러 가지 일로 피로가 누적된 탓에 몸살 감기가 찾아든다. 맑은 공기 마시며 산길을 걸으면 어느 정도 회복될 것 같은 마음이다. 몸이 회복되어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생각에서 바쁜 일들을 잠시 미뤄두기로 한다.

 

마침 강의가 없는 금요일이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선다. 주금산에서 이어지는 천마지맥을 걸어보기로 한다. 마석역에서 하차하여 330-1 버스로 갈아탄다. 몽골문화촌에서 하차하여 주금산 정상으로 향한다. 유난히 덥고 습하게 느껴지던 지난 여름도 이제는 물러가는가 싶다. 어느새 산 속은 초가을 냄새를 풍긴다. 숲 사이로 난 흙길을 걷는 발길이 상쾌하다. 주금산 정상엔 각각 포천시와 남양주시에서 세운 듯한 정상석이 두 개다. 정상을 찍고 천마지맥 능선길을 걷기위해 독바위 쪽으로 되돌아온다. 독바위 부근의 조망이 정상보다 오히려 시원하다. 팔각정에서 점심을 먹는다. 포천시 내촌 인근의 들판이 서서히 가을빛으로 물들고 있다. 겨울철에 걸었던 천마지맥 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키 높이로 자란 잡풀들과 심심찮게 걸리적거리는 거미줄들이 밀림 속을 헤쳐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남양주시에서 지정한 다산길 10 구간인 거문고길을 알리는 리본과 이정표가 친절하게 잘 설치되어 있다. 몽골문화촌에서 주금산 정상을 가지 않고 천마지맥에 올라서서 능선길을 걷다가 팔야리 방향으로 하산하여 광릉내에 이르는 루트가 거문고길이다. 걷고 싶게 유도해주는 듯한 다산길 리본에 이끌려 팔야리 방향으로 하산한다. 내려서는 길도 부담없는 흙길이어서 좋다. 팔야리엔 산업단지가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듯하다. 토목공사는 끝난 상태이고 업체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는 모양새다. 공사 전 마을의 당산나무 역할을 했을 듯한 수백년 된 느티나무 아래의 벤치에 앉아 걸어온 길을 되짚어본다. 오랜만에 산길을 편안한 맘으로 걸었다. 산에서 부는 바람 속에는 초가을의 신선한 냄새가 배어 있었다. 내 몸 속에도 분명 그 신선함이 깃들었을 것이다.

 

1. 팔야리 방면으로 하산하면 만나게 되는 나무다리. 골프장을 우회하기 위해 설치되어 있는 듯하다.

 

2. 몽골문화촌에서 올라가면 갈림길을 만난다. 거문고길은 좌측, 나는 우측 길을 따라 주금산 정상으로 향한다.

 

3. 축령산과 서리산에서 이어지는 능선과 만나는 곳에 설치된 이정표.

 

4. 주금산 숲길은 걷기에 좋은 흙길의 연속이다.

 

5. 포천시에서 설치한 정상석이 우람하다.

 

6. 우측의 정상석은 남양주시에서 설치한 듯하다. 서파마을에서 개주산을 거쳐 올라오는 길은 잡풀이 무성하다.

 

7. 독바위 근처의 전망터에서 돌아보면 가평베네스트 골프장과 운악산이 보인다.

 

8. 참나무 숲 너머에 독바위 머리 부분이 보인다. 그 너머로는 광릉내 시내와 서울의 불수사도북까지 보인다.

 

9. 독바위 앞의 팔각정에서 내려다본 포천시 내촌 일대의 들판엔 초가을 빛이 완연하다.

 

10. 철마산으로 이어진 천마지맥은 이미 가본 길이다. 가보지 않은 팔야리 방면으로 하산해본다.

 

11. 하산길엔 낙엽이 켜켜히 쌓여있다.

 

12. 다산길 10코스를 알려주는 리본이 시종일관 잘 설치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13. 팔야리의 산업단지에 보존되어 있는 느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