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중원폭포-중원산-조개고개-천사봉-문례재-용문산-용문사 (2013년 개천절 산행)

빌레이 2013. 10. 5. 06:35

새로 이사한 연구실 창문 밖이 도로에 인접한 까닭에 문을 열면 자동차 소음이 신경쓰인다. 매연 때문인지 전에 사용하던 연구실보다 확실히 공기도 안 좋아진 걸 느낀다. 내 몸에서 맑은 공기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이럴 땐 서울을 벗어나 숲길을 오래 걷는 게 제격이다. 얼마 전 어느 산악 잡지의 인터넷판에서 도일봉 산행기를 읽던 중에 떠오른 루트를 걸어보기로 한다. 예전부터 보고싶었던 중원폭포에서 시작해 한강기맥을 따라 용문산까지 연결하는 코스를 머리 속에 그린다. 새벽에 집을 나와 중앙선 전철에 몸을 싣는다. 

 

하늘이 열렸다는 개천절답게 청명한 가을 하늘이다. 휴일의 전철 안은 늘 그렇듯 산행과 가을 나들이 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종점인 용문역에서 내려 5분 거리에 있는 용문 터미널로 이동한다. 용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9시 10분 발 중원리행 버스를 타고 중원2리 마을회관 다음의 종점에서 내린다. 용문 터미널에서 중원리 종점까지는 20여분이 소요된다. 아직은 초록이 무성한 중원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원폭포가 나타난다. 낙차는 크지 않지만 유량이 풍부하고 폭포 아래의 연못에 고인 맑은 물빛이 심산유곡에 온 듯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중원계곡을 사이에 두고 시계방향으로 중원산, 단월산, 싸리재, 싸리봉, 도일봉이 원형을 이루며 차례로 도열해 있다. 어느 방향으로든 원점회귀 산행 코스로도 훌륭한 산군이다. 우리는 좌측의 중원산에서 단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가다 중간에서 한강기맥을 따라 용문산으로 향하는 코스를 택한다. 참나무 숯가마터가 인상적인 중원산 오르는 등로는 상당히 가파르다.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있어서 그런지 별로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중원산 정상을 약간 좌측에 두고 마루금에 올라서서 한강기맥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걷는다. 여느 능선길과는 달리 급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게 교차한다. 우람한 소나무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테라스에서 간식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맞은편 하늘금의 도일봉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멀리 있는 산줄기들이 겹겹의 마루금을 그려내고 있는 풍경이 한 편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한강기맥이 가까워지는 곳부터는 산길도 걷기좋은 오솔길의 연속이다. 지도 상에 폭산으로 표기된 봉우리는 한강기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처음 오는 길이니 정상을 다녀오기로 한다. 해발 고도가 1004 미터라서 천사봉이란 정상석이 있는 폭산에서 점심을 먹는다. 나무 사이로 용문산 정상의 공군 사이트 기지의 안테나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어느 정도 산행의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폭산에서 문례재를 거쳐 용문산 정상인 가섭봉에 이르는 길은 무척이나 힘겹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오후 4시 반 경 용문산 정상에 도착한다. 해를 등지고 우리가 걸어온 산길을 내려다본다. 중원산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능선이 해질 녘의 사광을 받아 선명하게 보인다. 산그리메를 드리워 명암이 확실해진 산사면들은 골짜기와 산 아래의 가을 들녁을 더욱 또렷히 보여준다. 정상 밑의 팔각정에서 잠깐 동안의 휴식을 취하고 용문사 방향으로 하산을 재촉한다.

 

상원사 갈림길에서 용문사 방향으로 꺽어 내려오니 계곡의 물소리가 우리를 반긴다. 뜨거워진 발바닥을 식히기 위해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어두워지기 전에 하산을 완료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용문사에 도착하기 30여 분 전에 날이 어두워져 헤드랜턴을 착용한다. 산에서 오랜만에 걷는 밤길이다. 7시가 다 된 시각에 용문사에 도착한다. 주위는 고즈넉하고 탑을 비추는 조명과 그윽히 울리고 있는 종소리만이 산사를 가득 채우고 있다. 형형색색의 연등이 아름다운 진입로를 따라 주차장에 도착한다. 하늘엔 별들이 무성하다. 가을 별자리인 카시오페이아 자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버스 정류장에 닿자마자 용문 시내로 가는 버스가 온다. 길게 늘어선 대기열의 끝자락에서 만원 버스에 오른다. 열 시간 동안 20 킬로가 넘는 거리의 산길을 걸었다. 신선한 가을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신 까닭에 가슴 속이 시원하다. 개천절의 하늘이 깨끗히 열려 무수한 별들이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는 용문산의 밤하늘처럼 마음이 정화된 듯한 느낌이다.

 

1. 중원폭포는 낙차가 크지 않지만 유량이 풍부하고 주변 경관이 수려하다.

 

2. 한여름의 피서객들이 떠난 중원계곡을 흐르는 물빛이 투명하다.

 

3. 중원폭포를 지나면 얼마 가지 않아서 중원산 갈림길이 나온다.

 

4. 중원계곡을 따라 오르는 등로는 울창한 숲길이다. 

 

5. 이 곳에서 왼쪽의 중원산 방향으로 오른다.

 

6. 중원산 정상에서 약간 벗어난 봉우리를 급하게 내려선 다음 안부의 사거리이다. 

 

7.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 겹겹의 산줄기들이 아스라히 보인다.

 

8. 중원계곡을 사이에 두고 있는 맞은편 하늘금의 도일봉과 싸리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9. 천사봉 오르는 가파른 길에서 잠시 나무 사이로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가을 들녁을 바라본다. 

 

10. 한강기맥에서 잠시 벗어나 폭산(천사봉)에 다녀온다. 점심 먹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11. 폭산 정상에서 바라본 용문산 가섭봉 정상의 공군 기지.

 

12. 한강기맥을 따라 용문산으로 향한다. 얼마 남지 않은 거리가 힘겹게 느껴지는 구간이다. 

 

13. 걸어온 능선이 사광을 받아 선명하게 보인다. 왼쪽의 폭산에서 고압선 철탑을 따라 이어진 중원산 일대의 산줄기까지 잘 보인다.

 

14. 용문사 입구의 마을과 골짜기 마다 익어가는 가을 들녁이 평화롭게 조망된다.

 

15. 용문사로 하산하는 길 중간에 단풍을 본다. 올 가을 들어 처음 본 단풍인 듯하다.

 

16. 푸른 숲 사이에 빨갛게 물들어 가는 단풍이 곱다.

 

17. 뜨거워진 발바닥을 식혀주기 위해 발을 담근 곳이다. 물이 예상보다 차가워 발이 시릴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