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프랑스 샤모니 그랑발콩노르 트레킹 - 2013년 6월 26일

빌레이 2013. 7. 14. 16:38

서울에서 러시아 항공을 이용해 모스크바 공항에서 갈아타고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 도착한다. 현지 시각은 밤 9시 경이다. 썸머타임 기간이라 그런지 주변은 밝다. 미리 예약했던 시간보다 이른 샤모니행 승합차에 올라타고 목적지인 에귀디미디 케이블카역에 하차한 시각은 밤 열시 반 경이다. 승합차에는 노르웨이에서 스키타러 왔다는 건장한 체구의 남자와 나 둘만이 승객이었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탓인지 마중나온 허선생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약도를 꺼내어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한 친구가 다가와 친절히 가르쳐준다. 숙소 건물에 있는 바에 물어 어렵지 않게 허선생님의 집을 찾는다. 밖에 나간 탓인지 문이 잠겨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걸려오고 우리는 반갑게 만날 수 있었다.

 

시차 적응을 위해선 현지 시간에 맞춰 생활 리듬을 빨리 회복하는 게 좋다. 햇빛 받으며 걷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빵집에서 바게트 샌드위치 하나씩을 준비하고 트레킹에 나선다. 여름이지만 아침 날씨는 제법 쌀쌀하여 가디건을 걸친다. 보쏭빙하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장쾌하게 쏟아지는 다르 폭포를 둘러보고 산으로 향한다. 어느 정도 오르니 세찬 바람에 쓰러진 나무들을 정리하는 벌목 작업이 한창이다. 삼 년 전에 플랑데귀 케이블카역에서 걸어내려오던 길과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샤모니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플랑데귀 산장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작은 잔에 나오는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며 주위를 조망하는 여유를 부려본다.

 

빨간 파라솔이 인상적인 플랑데귀 산장을 뒤로하고 눈쌓인 언덕길을 오른다. 예년보다 늦게까지 남아있는 눈이라고 한다. 군데 군데 쌓인 눈을 밟으며 에귀디플랑 아래쪽으로 걸어가니 조그만 알파인 호수가 나타난다. 락블루, 푸른 호수라는 뜻이다. 아직 표면에 살얼음이 남아있는 호숫가에서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점심을 먹는다. 토끼보다 조금 큰 마모트 한 마리가 주변을 서성거린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플랑데귀 산장에서 몽탕베르역에 이르는 그랑발콩노르 코스를 걷기 위함이다. 눈쌓인 내리막길을 스키타듯 내려가는 허선생님을 따라 어색한 몸짓으로 흉내를 내본다. 스틱을 사용하여 스키타는 자세를 취해 미끄러져 내려가는 재미가 괜찮다. 이른바 글리세이딩을 경험한 것이다. 

 

눈 녹은 물이 맑은 계곡물이 되어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지점부터 본격적인 그랑발콩노르 코스에 접어든다. 북쪽 사면에 있는 커다란 발코니란 뜻처럼 걷는 내내 시원한 조망을 선사하는 코스이다. 몽블랑에서 에귀디미디, 에귀디플랑. 에귀디엘엠 등의 침봉군들로 이루어진 산줄기의 중간 허리를 가로지르는 이 길은 시종일관 발코니에서 샤모니 계곡을 내려다보는 듯한 눈맛이 일품이다. 산허리를 돌고 돌아가는 길이라서 높낮이도 심하지 않아 산책처럼 걷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코스 막바지에서 돌탑언덕인 르시그날(Le Signal)에 올라서면 메르데그라스 빙하와 그랑드조라스 북벽, 드류와 에귀베르트가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을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 보아온 풍경의 클라이맥스를 보는 듯한 통쾌함을 이 곳에서 맛볼 수 있다. 

 

드류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는 발터 보나티의 남서릉 단독 초등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고, 그랑드조라스를 마주보고 있는 바위에는 그 곳을 등반하다 유명을 달리한 한국 산악인의 추모 동판도 있다. 몽탕베르역으로 내려서는 언덕은 온통 알핀로제 천지다. 예년 같았으면 어느 정도 피었을 꽃이 거의 피지 않아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우리나라의 철쭉 군락을 연상케하는 알핀로제 사면에 빨간 꽃이 만발한다면 하얀 설산과 기막힌 조화를 이룰 것이란 상상을 해본다. 몽탕베르역에서도 기차를 타지 않고 숲속을 걸어내려와 샤모니에 도착한다. 몽탕베르역에서는 한 등산객이 넘어져 구조 헬기가 출동하는 소동이 있었다. 하산길 중간이라 우리에게는 숲속의 희미한 길을 찾아 돌아내려오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허선생님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천천히 즐기면서 걸었다고는 하지만 어느새 열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햇빛 받으며 장시간 걸은 것이 뿌듯했다. 샤모니 숙소 옆의 케밥집에서 허기를 채우듯 맛있는 저녁을 먹는 것으로 트레킹을 마친다. 시차적응은 제대로 한 것 같다. 샤모니에 오랜 기간 머물면서 알프스 곳곳을 등반한 최고의 가이드인 허선생님과 함께 해서 더욱 알찬 트레킹이 되었다. 알프스의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히 들이마신 덕분인지 벌써부터 몸이 건강해진 듯한 느낌이다.

 

1. 허선생님이 플랑데귀 산장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2. 다르 폭포 앞에 있는 카페는 이른 아침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꽃으로 정성스레 단장한 주인장의 노력이 엿보인다.  

 

3. 다르 폭포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남긴다. 여름인데도 샤모니 아침 공기는 제법 차가워 가디건을 걸쳐야 했다.

 

4. 다르 폭포 위쪽 협곡에도 폭포는 계속 이어진다. 어느 해 겨울 허선생님은 이곳에서 빙벽등반을 즐긴 적이 있다고 한다.

 

5. 수목한계선 아래에선 울창한 전나무숲을 오르는 신선함을 맛볼 수 있다.

 

6. 올라가는 동안 우측으로 보쏭 빙하의 시원스런 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

 

7. 수목한계선을 넘으면 웅장한 모습의 하얀 설산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8. 플랑데귀 케이블카역에서 가까운 레스토랑이 우측으로 보인다.

 

9. 락블루 표면엔 아직까지 살얼음이 남아있다.

 

10. 락블루 주변을 돌아다니던 마모트 한 마리.

 

11. 눈 녹은 물이 시냇물을 이루는 곳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그랑발콩노르 코스에 접어든다.

 

12. 그랑발콩노르는 산허리를 횡단하는 코스여서 걷기에 아주 편한 길이다.

 

13. 맞은편 붉은 침봉군의 위용과 패러글라이드를 감상하는 기분도 괜찮다.

 

14. 길은 넓고 많은 이들이 걷는 것을 보면 샤모니에서도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임에 틀림없다.

 

15. 트레킹 하면서 간간히 굽어보는 샤모니 시가지의 모습도 정겹다. 아는 장소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16. 길 중간에서 우측으로 올려다보면 멋진 침봉군들이 반겨준다. 에귀디엘엠의 옆모습은 앞모습과 큰 차이가 있다.

 

17. 에귀디엘엠의 정면 모습. 허선생님은 이 곳 암벽을 등반하여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18. 스위스 에모송댐의 시멘트 구조물도 아스라히 보인다.

 

19. 몽탕베르역 위의 돌탑언덕인 르시그날은 그 어느 곳보다 조망이 훌륭한 곳이다.

 

20. 메르데그라스 빙하를 배경으로 폼재고 인증사진을 남겨본다.

 

21. 구름 속에 살짝 숨어 있는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당겨본다.

 

22. 빙하 건녀편에는 사루푸아 산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아스라히 보인다.

 

23. 몽탕베르역 주변에 남아있는 옛 건물.

 

24. 몽탕베르역에서 등산열차를 타고 내려갈까 망설이다가 그냥 걸어 내려가기로 한다. 

 

25. 나무숲 사이로 내려오니 기온은 올라가 시원한 그늘이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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