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무리가 간 탓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다. 최근에 몸을 좀 혹사시킨 모양이다. 설악산 당일치기 등반을 다녀왔고, 아버님 제사 때문에 나주의 고향집에도 다녀왔다. 장시간의 운전은 내 몸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이다. 여가 시간에 자전거도 타고 배드민턴도 열심히 치는 바람에 피로가 누적되었다. 학기말이 다가오면서 체력이 소진된 까닭도 있다. 생각해보니 해마다 이맘때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아플 땐 집에서 독서하면서 쉬는 게 가장 좋다. 그간 틈틈히 봐오던 백상현씨의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은 지친 내 몸을 위로해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은 그림 같이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들을 저자가 직접 배낭 메고 여행한 기록을 모아 놓은 책이다. 동화 속 풍경 소도시, 시칠리아 소도시, 슬로푸드 소도시, 숨은 자연 소도시, 꿈의 해안 소도시, 세계 문화유산 소도시 등으로 분류하여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여행사진가로도 유명한 저자가 직접 촬영한 멋진 사진들과 함께 여행지에서의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맛깔스런 이태리 토속 음식을 소개해주는 기행문은 독자에게 수준 높은 역사와 문화적 교양까지 전해준다.
이탈리아를 두 번 여행한 경험이 있고 유럽의 지명들에 비교적 밝은 내게도 낯선 지명들이 대부분인 숨은 도시들을 여행하는 저자의 모습 속에서 자유롭게 떠나는 도보 여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책 속에 소개되어 있는 서른 두 개의 마을들 중에서 내가 가본 곳은 고작 소렌토, 베네치아, 피사 정도이다. 유명 관광지에 속하는 이 세 도시에 대한 내용도 일반 관광객이 되어 다녀온 내가 알지 못했던 알찬 내용들로 책 속은 채워져 있다. 낭만적인 느낌이 가득한 여행기와 함께 각 여행지마다 서려있는 역사적 사실이나 신화, 흥미로운 애깃거리들을 풀어내는 글은 읽는 이의 지적 욕구까지도 충족시켜준다.
소렌토와 아말피 해변을 소개한 부분에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Seiren, 영어로는 Siren)이 유명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의 브랜드 로고로 남았다는 얘기는 흥미롭다. 돌로미테의 초록 심장으로 불리는 알페디시우시(Alpe di Siusi)의 여행기는 그 곳 인근에 살고 있는 등반가인 라인홀트 메스너의 돌로미테에 대한 찬사로 시작한다. 몽블랑을 이태리어로는 몬테비안코(Monte Bianco)로 부르고, 알프스 등반의 전초기지인 꾸르마이어(Courmayeur)를 코우르마에우르로 발음하는 것도 이채롭다. 산을 좋아하다보니 먼저 눈에 띠는 대목이었던 게다. 개인적으로는 삼 년 전 벨지움에 잠시 거주하고 있을 때 주말마다 기차타고 벨지움의 소도시들인 나뮤르, 디낭, 스파, 브루게 등을 도보 여행하던 기억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레 연상되는 행복함을 맛볼 수 있어서 각별했다.
1. 토스카나 중부의 아름다운 도시 시에나의 캄포 광장의 풍경처럼 아파트 베란다에서 햇살 받으며 책을 읽어본다.
2. 간이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 옆에 놓고 햇살 속에 책 읽는 재미도 괜찮다.
3. 깍아지른 절벽과 코발트빛 지중해는 전형적인 이탈리아 풍경이다.
4. 이탈리아가 아름다운 건 로마 문명의 본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5. 이탈리아의 소도시들에는 유명인들의 특별한 찬사가 뒤따른다. 스타인백의 찬사를 받은 꿈의 도시 포시타노.
6. 여행 사진가로도 유명한 저자답게 책 속의 사진들은 정말 그림같다.
7. 중세의 골목길을 예쁜 꽃으로 단장한 스펠로 시가지를 걷는 기분은 황홀할 것이다.
8. 남부의 산속에 숨어있는 비현실적인 도시인 마테라 같은 곳을 여행하는 맛은 각별할 것이다.
9. 이태리 음식을 특별히 좋아하는 내게는 식도락을 즐기는 것 같은 책 속의 내용들이 부럽기만 하다.
10. 백상현씨의 다른 책도 알찬 내용이 많아 아주 인상깊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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