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north face)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이다.
고유 상표인 이 브랜드의 의미를 그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냥 전문 등산 상표로 멋지다는 생각만 했었다.
노스페이스 로고에서 처음 받은 인상은 인디안 추장의 머리 장식 같다는 느낌이었다.
북극의 인디안이라 할 수 있는 에스키모를 형상화 했을 거라는 엉뚱한 상상도 했었다.
알프스에는 3대 북벽이 있다. 아이거 북벽, 마터호른 북벽, 그랑드조라스 북벽이 그 것이다.
북벽의 영어식 표현이 바로 노스페이스이다. 이 걸 깨닫고 로고를 생각하니 더욱 품위 있어 보인다.
알버트 머메리의 등로주의가 주창된 이후로 정상을 정복하는 것보다는 어떤 루트로 올랐느냐가 중요해졌다.
모든 기후 조건이 최악일 수 밖에 없는 북쪽 암벽은 알프스에서도 가장 어려운 루트인 것이다.
어제 용문산을 함께 다녀온 영신이 형으로부터 임덕용의 책 <내 DNA는 불가능에의 도전>이란 책을 건네 받았다.
나는 형에게 <산>이란 제목의 일본 만화책 네 권을 빌려드렸다. 서로 읽은 책의 감동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통해서일 것이다.
임덕용의 책은 전작 <꿈속의 알프스>에 최근 그의 삶을 덧붙여 쓴 것이다. 책 속의 사진들도 정말 멋지다.
아주 아주 재미 있어서 어젯밤 책을 손에 든 이후로 단숨에 읽어버렸다.
지극히 사실적이고 현장감 있는 필체가 논픽션의 결정체를 본 듯하다. 리얼리티가 살아 숨쉬는 등반 기록서이기도 하다.
임덕용의 삶은 책의 제목이 잘 말해주고 있다. 지극히 드라마틱한 그의 삶이 오히려 이 책의 가치를 저하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대단해 보이는 임덕용의 삶 자체가 비범하기는 해도 일반적인 삶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혈기 왕성한 등반가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한 그의 삶에 촛점을 맞춘 책이라면 별로 특별할 것이 없다.
내가 감동을 받은 까닭은 임덕용의 책을 보면서 헤르만 불의 명저 <8천미터 위와 아래>가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악의 기후 조건과 낙석을 뚫고 마터호른 북벽을 오른 기록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오른 기록에선 친구를 위해 정상 공격조에서 빠지기로 결정한 임덕용의 인간미에 눈물을 훔치게 된다.
나에게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그런지 임덕용의 책을 읽으면서는 여러 차례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헤르만 불의 책에서 느낀 감동은 대단한 것이었지만 눈물이 맺히는 짠한 감정은 별로 일어나지 않았다.
임덕용의 책과 헤르만 불의 책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글로 씌여진 좋은 책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이 나를 시종일관 사로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배경으로 나타나는 장소의 친밀감도 크게 한 몫을 했다.
인수봉, 선인봉, 토왕골, 공룡능선, 천화대, 잦은바위골, 울산암, 대둔산, 월출산 등의 우리 나라 산들,
그리고 샤모니, 에귀디 미디, 몽블랑, 마터호른, 그랑드조라스, 드류, 체르마트 등의 알프스 명칭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월드컵 열기가 대단했던 2002년에 난 유럽에 있었다. 그 해 7월에 난 샤모니에 갔었다.
여행 목적으로 스위스 제네바를 들러 샤모니에서 하룻밤을 묵었으며, 에귀디 미디에 로프웨이로 올랐었다.
한 여름에 설산을 본다는 감동보다 몽블랑을 다녀오는 산사나이들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언젠가는 좋은 산 친구들과 샤모니에 진을 치고 열흘 정도만 머무르고 싶다. 알프스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
꿈꾸는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는다. 그런 날이 내게도, 아니 우리에게도 올 것이다.
1. 몽블랑... 하얀 설산이...
2. 그랑드조라스... 병풍처럼 펼쳐진...
3. 그랑드조라스...
4. 알프스 영봉...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드류...
5. 잘 생긴 마터호른
6. 마터호른... 멋지다...
7. 아이거... 위태롭다...
8. 아이거 북벽... 수 많은 등반가를 삼켰던...
9. 아이거와 묀히... 알프스 영봉들이 호수에 비치면... 그림이 거의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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