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빌레이 2009. 5. 28. 10:14

나는 로마에 두 번 가봤다. 세계의 어떤 도시보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곳이다.

시내 전체가 박물관이고 미술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로마에 대해서 실제로 아는 지식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언젠가는 로마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 속의 숙제로 남아 있다.

 

역사 서적이나 영화 속에서 단편적으로 보았던 로마의 모습이 아닌 진실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평소 시오노나나미의 15권짜리 전집 <로마인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가 일본 여자라는 것, 너무 길다는 것 등의 이유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내가 인정하는 주위로부터의 이 책에 대한 평판은 매우 호의적인 것이었다.

 

시오노나나미는 1992년부터 1년에 한 권씩, 2007년까지 15권을 썼다.

그녀는 1937년 도쿄 출생이고, 1970년부터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다.

일본인으로서의 아이덴터티를 버릴 순 없겠지만 그녀는 이태리인 또는 세계인에 가깝다.

그래서 그녀가 쓴 <로마인 이야기>는 일본적이지 않을 것 같다.

 

최근에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란 책을 읽으면서 위와 같은 생각이 자리잡았다.

시오노나나미가 직접 쓴 <로마인 이야기> 후기 같은 이 책은 책 말미에 인텨뷰 기사도 실려있다.

저자가 로마에 흥미를 가진 동기는 단순하지만 순수하고 근원적인 것이었다.

우리에게 별로 좋지 않게 알려진 로마라는 제국이 왜 천년 동안이나 지속되었을까?

 

단순한 동기에서 출발한 로마인 이야기는 역사 속에서 멋진 사나이들에 매료된

시오노나나미 자신의 뜨거운 열정 때문에 명작으로 탄생한 것 같다.

그녀를 매료시킨 사나이 중 최고는 카이사르이다.

영어식 발음 때문에 우리에겐 줄리어스 시저로 알려진 율리우스 카이사르.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다섯가지이다.

지적 능력, 설득력, 육체적 내구력, 자기 제어 능력, 지속하는 의지.

카이사르만이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은 로마와 주변국의 역사 속에서 오늘날 지도자의 올바른 표본을 찾게 해준다.

 

올해의 혼미한 대선 레이스 속에서 선택을 주저하는 이가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무지하고 근시안적이며, 감성적인 생각 속에서 우리의 지도자를 선택해왔다.

이제는 좀 더 심사숙고하고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로마의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 그리고 고대 그리스의 페리클래스 같은

창조적인 천재, 이상(理想)만이 아닌 실질적 행위가 뒤따르는 지도자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나는 올 겨울방학 때 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5권 속으로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