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Pacific Crest Trail, PCT)

빌레이 2012. 4. 21. 05:38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에 대한 다큐를 TV에서 보았다. 약칭으로 PCT라 불리는 이 트레일은 남쪽의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출발하여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워싱턴주를 관통하고 북쪽의 캐나다 국경지대에서 끝난다. 한 시간여의 방송을 보는 내내 가슴 설레이게 하는 풍경들이 많았다. 지난 여름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다녀왔을 때의 기억이 다시금 선명해지는 느낌도 받았다. 존 뮤어의 진한 숨결을 느꼈던 당시엔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존 뮤어 트레일을 꼭 한 번 걷고 싶은 꿈이 내 마음 속에 자리 잡았었다.

 

PCT 구간과 존 뮤어 트레일이 겹치는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이시에라와 휘트니산의 정경이 눈에 보이고 뮤어가 쓴 책에서 보았던 산들이 익숙한 걸 보면 뮤어 트레일은 PCT의 일부일 거라는 추측을 해본다. 4백 킬로미터 가까운 존 뮤어 트레일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그보다 열 배도 넘는 길이의 트레일을 대하고 먼저 드는 생각은 미국이란 나라의 거대함이다.

 

동강난 백두대간의 남쪽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여러 면에서 작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긴 종단길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인들과 백두대간 하나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우리네 모습이 대비되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걷는 둘레길에 머무르지 않고 높은 산마루를 잇는 좀 더 도전적이며 아름다운 트레일이 우리 나라에도 개척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존 뮤어 트레일과 PCT의 일부나마 마음 놓고 편하게 걸어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PCT의 홈피(http://www.pcta.org/)를 기웃거린다. 몇 장의 사진을 다운받아 여기에 올려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아래는 방송 중 나레이션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멕시코에서 캐나다에 이르는 변화무쌍한 극한의 여정,

도전자들의 질문은 한결 같다, 과연 할수 있을까

6개월에 걸친 고된 모험,극한의 코스 4865km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사막과 가장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

 

6개월의 도보 여행에서 살아남는 규칙 

규칙 제1조 무게를 줄여라 (짐이 많을수록 여정은 힘들어진다.)

규칙 제2조 무거워도 챙겨야 할 게 있다.(기타,기념품 등)

규칙 제3조 물을 많이 가져가라

규칙 제4조 마법을 믿어라(트레일의 마법,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이 갑자기 나타난다)

규칙 제5조 지리에 통달하라(퓨마는 물의 위치를 알고있다)

규칙 제6조 기온이 낮은 야간에 움직여라

규칙 제7조 환경에 적응하라

제8조 추위에 대비한 고칼로리 음식을 준비

제9조 곰을 조심하라 (야생구역에서는 곰들이 부주의한 여행자를 노립니다)

제10조 즐겨라

제11조 뜨거운 것은 만지지마라 (화산지대)

제12조 다리를 보호하라

제13조 사회에 환원하라 (90년이 넘는 전통)

최종목적지까지 도착할려면 불굴의 근성, 의지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

마지막 14조 결코 멈추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