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주금산 산행 - 2012년 1월 14일

빌레이 2012. 1. 15. 06:49

2012년 첫 산행이다. 발목뼈 고정용 플레이트 제거 수술을 받은지 18일 만에 산에 가는 것이다. 불과 사흘 전에 수술 부위의 실밥을 제거했으니 여전히 상처는 남아있다. 지난 이틀 동안의 출근으로 이제 걷는 데 별 지장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산에 가는 건 여전히 부담되는 일이다. 금요일 오후까지 산에 갈까 말까 망설인다. 불편하면 중간에 내려오더라도 결국 산에 가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산에서 가고싶은 루트를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 올해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을 자주 하기로 연초에 생각했었다. 이 생각을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이 무척 강했다. 앞으로 행할 긴 능선길 종주를 위해서 포천의 주금산 일대와 남양주의 철마산, 천마산, 서리산, 축령산 등을 잇는 마루금을 답사해보고 싶은 마음도 산행에 대한 망설임을 끝낸 요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새벽 여섯 시에 집을 나선다. 수술부위의 상처를 붕대로 감싸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를 신고 버스 정류장까지 걷는다. 발목의 상처부위가 움직임에 따라 쓸린 탓인지 아무래도 불편하다.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붕대를 풀어버리고 발목을 좀 느슨하게 조정하니 어느 정도 걸을만 하다. 동서울터미널에서 7시 10분발 와수리행 강원고속에 가까스로 몸을 싣는다. 소학리 버스 정류장이 베어스타운 지나 곧바로 있을줄 알았는데 한참을 더 가서 내려준다. 준비한 지도에 의하면 베어스타운 스키장이나 소학 1리에 내려야 산행 들머리 찾기가 쉬워진다. 확인해보니 우리가 내린 곳은 소학 3리이다.

 

소학 3리에서 무턱대고 주금산 산줄기 방향의 야산으로 올라볼 생각에 마을길로 들어선다. 마을 초입에서 개들이 단합하여 열심히 짖어댄다. 시골에서 예비군 훈련통지서 전달할 때 방문하던 집마다 우렁차게 짖어대던 개들 때문에 애먹었던 생각이 떠오른다. 개들을 뒤로하고 마을길 끝까지 가보지만 막다른 곳이다. 어디에도 산으로 향하는 길은 찾을 수 없다. 여전히 짖어대는 개들을 뒤로하고 다시 47번 국도로 되돌아와 소학 1리까지 걷기로 한다. 대형차가 쌩쌩 달리는 국도변을 걷는 건 고역이다. 마을길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은 돌아가고 개천을 건너다 물에 살짝 빠지기도 하면서 산행 들머리인 소학 1리까지 오는데 30여분이 소요된다.

 

소학 1리 마을 뒤의 낮은 능선 너머로 베어스타운 콘도가 보이는 곳에서 산길로 접어든다. 실개천을 건너 능선 고개길 마루에 이르니 스키장 슬로프가 펼쳐진다. 들머리를 찾은 듯하여 곧바로 좌측 능선을 타고 산에 오른다. 주금산 주릉과 만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가파른 오르막길을 한 시간쯤 올라 산마루에 이른다. 높이는 주릉의 8부 정도는 된 것 같은데 위치는 주금산 정상에서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주금산 정상 방향으로 뻗어내린 지능선 방향으로 하산한다. 희미하던 산길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지형지세와 동물적 감각 만으로 지도상의 들머리를 찾아나선다. 가까운 곳에서 고라니 서너 마리가 뛰어가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인적이 드문 산 속이다. 

 

겨울이라 앙상한 가지 사이로 스키장을 볼 수 있어 위치를 가늠하기는 쉽다. 하지만 길이 없고 낙엽 쌓인 급경사를 온전치 않은 다리로 내려오는 건 심적으로도 힘들다. 얼어붙은 계곡 방향으로 내려오니 비로소 등산로가 보인다. 계곡 건너편에 주능선으로 이어질 듯한 오르막길이 선명하다. 그곳으로 오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지도상의 초입을 찾아 조금 더 하산하기로 한다. 상수도 보호구역 철망이 있는 곳까지 내려오니 종이를 코팅한 등산로 표지판이 보인다. 비로소 도상의 등산로를 찾은 것이다. 버스에서 내린 후 두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안도감을 느끼니 다시 발목이 걱정된다. 양지바른 곳에 앉아 발목을 테이핑하고 등산화 끈도 조절해보니 좀 나아지는 것 같다. 발목이 부어오른 기색은 없고 피부 마찰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 정도만 느껴지니 그나마 다행이다.

 

머리 속에 담아두었던 루트는 소학 1리를 들머리로 하여 스키장 좌측 등로, 주금산 주릉, 주금산 정상, 독바위, 철마산 정상 등을 거쳐 광릉내로 하산하는 것이었다. 버스 하차 지점부터 들머리를 찾는 데 소요된 시간과 체력이 예상보다 커진 관계로 주금산 정상을 밟아보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한다.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눈 쌓인 등산로를 오른다. 중간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을만큼 눈은 꽤 쌓여있다. 주능선이 시야에 선명히 들어올 즈음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겨울산에서 끓여먹는 스낵면 맛은 일품이다. 라면 국물에 햇반을 넣어 끓인 죽이 그 어떤 때보다 특별한 감칠맛으로 다가온다. 여유있게 커피까지 마시고 천천히 오르니 어느새 차가운 겨울바람이 느껴지는 주능선이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은 편하고 좋은 눈길이다. 토요일인데도 정상에 이르기까지 마주친 산객이 두 사람 밖에 없을 정도로 한적하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감회에 찬 기념사진을 남기고 철마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독바위 근처의 조망은 시원하다. 북으로 운악산과 가평베네스트 골프장이 보이고, 동쪽 맞은편엔 서리산과 축령산이 선명하다. 남으로 길게 뻗은 마루금은 철마산을 지나 천마산까지 이어져 있다. 철마산까지 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여 남양주 비금리 몽골문화촌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자가용을 이용했더라면 생각할 수 없는 경로이다. 전체적으로 태극 모양을 이루는 경로를 따르게 되니 주금산을 아주 만족스럽게 즐기는 코스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포천시와 남양주시의 경계선을 지나니 멋들어진 잣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등로 양편에 가로수처럼 보이는 것이 아마도 남양주시에서 심어 놓은 것인 듯싶다. 철마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서 벗어나 비금리 방면으로 이어지는 산길도 걷기 좋은 흙길의 연속이다. 낙엽송 군락지를 지나 계곡을 건너는 곳은 물이 흐르는 계절엔 탁족하기 좋은 곳이다. 전체적으로 얼어붙은 계곡인데도 물이 흐르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먼지로 뒤덮인 등산화와 바지, 스틱, 아이젠 등을 세척한다. 얼음물이라 손이 시리지만 여러 곳이 깨끗해지니 기분은 상쾌해진다.

 

몽골문화촌에 도착하자마자 코 앞에서 버스가 지나가버린다. 청량리까지 가는 330-1번 버스다. 배차 간격이 25분이라는 스마트폰 검색 걸과에 안도한다. 산행할 때 스마트폰 하나로 사진도 찍고 궁금한 정보도 쉽게 검색할 수 있으니 좋긴 좋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산행을 갈무리한다. 2012년의 첫 산행에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난다. 장장 아홉 시간에 걸친 행군이었다. 무엇보다 수술한 오른쪽 발목이 별 무리없이 견뎌줘서 다행이다. 버스노선을 좀 더 세심히 조사한다면 앞으로 즐거운 산행을 많이 할 수 있겠다는 희망찬 기대감이 마음 속을 미소짓게 한다.        

 

1. 주금산의 다른 이름은 비단산... 2012년은 비단결 같이 곱고 부드러운 한 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

 

2. 이른바 알바 중에 만난 묘지... 소나무가 멋들어져 한 컷..

 

3. 길을 찾아 헤매던 중 만난 얼음 계곡..

 

4. 정상 바로 밑의 표지판... 정상을 0.9 킬로미터로 보고 갔더니 바로 코 앞에 정상석이..ㅎㅎ 

 

5. 왼쪽 바위가 주금산의 명물인 독바위... 47번 국도에서 오다보면 독바위가 오똑하다... 항아리 엎어놓은 것처럼..

 

6. 독바위 부근의 조망은 일망무제... 봄꽃 필 무렵엔 철마산과 천마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걸어봐야겠다..

 

7. 주금산 동쪽엔 서리산과 축령산이 자리잡고 있다... 독바위 부근 팔각정에서 본 모습... 철쭉꽃 피는 계절에 올라야할 산..

 

8. 겨울산의 북쪽 사면은 하얗고... 양지바른 남쪽 면은 눈이 없다..

 

9. 포천시와 남양주시 경계에 세워진 표지판... 포천시에서 설치한 듯..

 

10. 남양주시 구간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만나는 표지판..

 

11. 잣나무 숲길이 걷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12. 일부러 심어 놓은 잣나무 숲길이 꽤 길게 이어진다.. 

 

13. 잣나무 숲길은 주능선에서 벗어난 비금리 방향으로 이어진다..

 

14. 주능선에서 비금리 하산길로 접어드는 곳의 이정표...남양주시와 포천시의 표지판 모양이 다르다..

 

15. 비금계곡에 이르면 넓은 임도가 이어진다... 낙엽송 군락과 탁족하기 좋은 계곡이 잘 어울어져 있다..

 

16. 하산 종료지점인 몽골문화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