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강선봉-검봉산-육개봉-굴봉산 종주 (2011년 12월 3일)

빌레이 2011. 12. 4. 07:04

상봉역에서 아침 8시 정각에 발차하는 경춘선 급행 전철에 오른다. 간밤에 내린 비가 서서히 멈춰가는 신선한 아침이다.

강촌역에 내린다. 아직 비는 멈추지 않았다. 우비 입고, 배낭 단장하고 빗속으로 들어선다.

가랑비가 우비에 떨어지는 느낌이 상쾌하다. 강선사 방향으로 오른다. 마을 뒷산 오르는 기분이다.

흙길이 끝나는 지점의 등로는 온통 돌길이다. 비선대에서 유선대로 오르는 설악산 너덜 길과 흡사하다.

춘클리지 4피치의 암벽루트와 비슷한 절벽이 우측으로 펼쳐진다. 아니나다를까 절벽 정상엔 하강고리가 설치되어 있다.

절벽 위 전망대의 조망은 시원하다. 북한강 줄기가 일자로 뻗어있다. 구름이 피어오르는 강촌역 주변 풍경도 평화롭다.

 

강선봉에 이르는 등로는 삼악산의 그것과 흡사하다. 간밤에 내린 눈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평택에서 온 한 무리의 버스 산악회 사이에 낀 신세가 되니 호젓한 산행의 꿈은 깨진다.

그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산을 밝게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여러 가지 맘에 거슬리는 행동이 보인다.

강선봉 바윗길을 내려서니 검봉산으로 향하는 오솔길이 이어진다. 걷기에 여간 편한 게 아니다.

간간히 쉬는 동안에 느껴지는 북한강 쪽의 강바람이 쌀쌀하다. 산행하는 동안엔 신선한 공기를 맘껏 들이마신다.

검봉산 정상에 오르니 버스 산악회 회원들의 기념사진 촬영으로 왁자지껄 시장판이 따로없다. 그들의 산행 예절이 아쉽다.

정상에 머무르지 않고 그냥 지나쳐 내려가니 쉬기 좋은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눈 쌓인 마루 위에서 편안히 앉아 점심을 먹는다.

 

문배마을로 향하는 하산길 중간에서 육개봉과 굴봉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원래는 문배마을을 지나 봉화산을 타고 강촌역에 이르는 원점회귀 코스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버스 산악회 사람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강하여 그들과 멀어지는 종주 코스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이 선택은 정말 좋은 것이었다. 육개봉으로 향하는 아늑한 오솔길에 접어들자 새로운 산을 타는 것 같이 마음이 편했다.

갑자기 온 산이 조용해진듯 하다. 비로소 사람들 세상에서 벗어나 자연에 안긴 것 같은 포금함이 느껴진다.

저 멀리 또렷히 보이는 굴봉산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 시원하다. 나목들이 있어 겨울산은 황량하지 않고 조망도 일품이다.

육개봉에서 굴봉산으로 이어지는 산길도 잘 정비되어 있다. 이정표가 뚜렷해서 걷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굴봉산 바로 아래에 자리한 골프장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능선길로 산행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굴봉산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의 생생한 자연을 느끼고, 굴봉산을 처음부터 완전히 오른다는 만족감을 갖는다면

조금 돌아가는 길도 괜찮다. 골짜기로 내려서서 다시 굴봉산으로 오르는 급경사는 체력이 떨어진 우리에겐 아주 힘든 코스였다.

굴봉산 정상의 조망도 훌륭하다. 지리산 설악산에서나 볼 수 있는 먼 산의 하얀 구름이 선명하게 보이는 풍경이 맘을 편하게 해준다.

굴봉산역으로의 하산길은 오르던 길의 급경사와는 아주 다른 완경사 길이다. 잣나무 숲속을 걷는 편안함도 느낄 수 있다.

산행의 종점은 시냇물이다. 흙길을 걷느라 지저분해진 바지와 신발, 스틱을 세척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일곱 시간 넘게 걸었던 길이 삼삼하고, 다리에 느껴지는 뻐근함이 마음 속의 뿌듯함으로 남는다.

 

 

1. 굴봉산 아래에 있는 골프장이 아니었다면 종주길이 한결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을 것이다...

 

2. 강선봉 오르는 길 중간의 전망대... 의암호로 이어지는 북한강이 시원스럽다... 이럴 땐 집에 두고온 카메라가 생각난다..

 

3. 우중 산행의 묘미는 피어오르는 구름과 함께 한다는 것... 새롭게 지어진 강촌역이 보인다..

 

4. 육개봉 내려서는 길에 돌아본 검봉산... 낙엽을 떨군 나목들이 있어 허락된 조망이다..

 

5. 검봉산에서 육개봉으로 향하는 산길... 걷기에 아주 좋은 흙길..

 

6. 검봉산에서 내려와 육개봉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멀리 보이는 굴봉산.. 

 

7. 육개봉에서 굴봉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에서 바라본 풍경... 먼 산의 흰구름..

 

8. 강촌엘리시안 리조트 건물과 구름에 쌓여있는 삼악산 줄기..

 

9. 굴봉산 정상의 조망... 골짜기 터널 앞에 있는 굴봉산역이 선명하게 보인다..

 

10. 굴봉산 정상의 이정표... 좌측 방향은 완경사, 우측방향은 급경사..

 

11. 골프장 때문에 내려와야 하는 골짜기에선 살아있는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습기 머금은 산길은 벨지움 디낭의 산책길을 연상시킨다..

 

12. 간밤에 내린 비로 생긴 작은 웅덩이가 큰 나무들을 담고있다..

 

13. 굴봉산 골짜기의 이끼는 그 어떤 곳보다 선명하다..

 

14. 굴봉산 오르는 급경사 길에서 볼 수 있는 이끼바위... 일본 북알프스의 풍혈을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