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산길따라 퇴근하기

빌레이 2009. 5. 26. 17:21

생각만 해오던 일을 오늘 실천해보았다.

북한산 등산로를 따라서 퇴근해 보는 것이 평소 머리 속에 맴돌던 생각이다.

간단히 준비해서 택시로 출근했다. 강의가 없는 날이라 복장도 간편하게.

오후 5시까지 세미나와 중간고사 채점을 부지런히 마쳤다.

 

일을 마치자 마자 산으로 튀었다. 과학관 뒤로 오르면 곧바로 산길이다.

비가 올 듯 흐렸지만 계획을 바꾸지 않기로 작정한다.

부지런히 오르니 대성문까지 한 시간이 조금 지났다.

산성 주능선에 들어서니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긴다.

 

녹음이 짙어진 산은 부피가 커졌다.

성벽과 성문들도 풍성해진 숲 속으로 포근히 안겼다.

이제 산은 한참 커가는 청소년기의 학생들 같이 가볍고 싱그럽다.

오늘은 바람도 시원하다. 

 

칼바위 능선에 들어서니 우리 집 가는 길이라 마음이 편해진다.

전망 좋은 바위에서 먹는 초코파이는 꿀맛이다.

산 아래 마을의 불빛들을 지켜보며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 

집에 들어서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아내가 준비해둔 저녁을 맛있게 먹는다.

 

세 시간 조금 넘은 퇴근 길이 행복하고 뿌듯했다.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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