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라고 학생들이 선물을 줍니다.
학생들의 성의라고는 하지만 아직 저는 부담스럽습니다.
선물 중에는 학생들이 큰 종이에 하고 싶은 말을 써 놓은 것이 있습니다.
롤링페이퍼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런 선물만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이 내게 하고 싶은 얘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메모를 쓰는 순간만큼은 저를 생각했을 학생들의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아부성 멘트가 주류를 이루지만 학생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엿볼 수 있답니다.
제게도 스승의 날이면 생각나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고1때 담임입니다. 문학반 선생님이기도 했던 국어선생님입니다.
설레이는 맘으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광주대동고 졸업 후 22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저를 또렷이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무척 반가웠고 가슴이 찡했습니다.
여쭤보지도 않았는데 고교시절 저의 모습을 거침없이 말씀하시더군요.
지금 학생들보다 저희들이 훨씬 정겹고 그때가 좋았다고 회상하십니다.
선생님과 나눈 5분여의 대화가 저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영적인 스승으로 생각하는 분께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제게 세례를 주셨던 목사님입니다. 이 분도 지금은 광주에 계십니다.
유럽에서 20여년을 활동하시다가 현재는 큰 교회 담임목사로 계시는 분입니다.
바쁘실 것 같아서 문자를 보냈는데 5초도 안되어 답장이 왔습니다.
반갑고 고맙다고... 그리고 좋은 스승이 되라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위치에 있지만 제 모습은 스승이란 말과는 한참 먼 것 같습니다.
스승의 날이 돌아올때마다 부끄러워지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내 마음 속의 선생님... 김경옥 선생님과 전원호 목사님 같은...
그런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뛰어야겠습니다.
욕망이나 지식을 채워주기 위한 선생이기 보다는
지혜와 사랑을 심어줄 수 있는 선생이 되겠다는 소망을 가지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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