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엄마를 부탁해

빌레이 2011. 6. 8. 18:24

지난 주말 어머니 칠순 잔치를 치렀다. 장남인 내게는 머리 무거운 행사가 아닐 수 없었는데 무사히 잘 지나간 듯 하다.

다리를 다쳤을 때도 가장 걱정되었던 것이 어머니의 칠순 잔치였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자잘한 일들이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어머니께서 하시고 싶은대로 잔치를 진행해드리고 싶었으나 소소한 부분에서 마찰이 없을 순 없었다.

장남이 아픈 걸 알면 칠순 잔치를 취소하자고 하실 게 뻔해서 당일까지 나의 상태를 숨기는 일도 어려운 일 중의 하나였다.

고향에서 잔치를 끝내고 서울에 돌아와 있는 지금은 큰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과 함께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자식된 도리를 다 한다는 의무감만으로 어머니의 칠순 잔치를 치른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내 주위에서 자주 보이던 책이었다. 아마 아내와 딸이 읽었던 것 같다.

대학 시절부터 가장 많이 읽었던 장르가 소설이었는데 어느 순간 소설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주지 못했다.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대표되는 90년대의 소설이 등장한 후로부터 한국 소설은 내게서 멀어져 갔다.

김훈, 신경숙 정도의 작품들만 간간히 내게 읽히는 소설이었다.

<엄마를 부탁해>도 선뜻 손에 잡히지 않아 읽기를 망설였었다.

어머니 칠순 잔치를 며칠 앞두고 다시 눈앞에서 보이길래 읽기 시작한 것이 끝까지 읽게 되었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눈가엔 이슬이 마르지 않았다. 책 속의 엄마와 나의 어머니는 많이 닮아 있었다.

책 속에 있는 엄마의 장남은 우리 엄마가 생각하는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칠순 잔치를 끝내고 고향집에 둘러 앉아 옛날 얘기 하던 중에도 나의 어머니는 책 속의 엄마와 비슷한 회상을 하셨었다.

<엄마를 부탁해>는 가슴 저리고 슬프지만 읽는 이를 단숨에 불효자로 인식시키는 힘이 있다.

어쩌면 그렇게도 우리네 삶은 닮아 있는지 모르겠다.

시골에서 배 곯고 자란 유년기, 새마을운동으로 농촌이 한참 바빠지던 청소년기, 도시로 나와 입신양명의 꿈을 꾸던 청년기...

그러한 나를 한결 같은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펴주시던 어머니의 존재는 성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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