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문고판 수필집

빌레이 2011. 5. 10. 11:38

학생 때부터 소장하고 싶은 책을 사는 데 인색한 적은 거의 없었다.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요즘에도 좋은 책을 소장할 수 있다는 것이 잔잔한 기쁨이지만,

항상 부족했던 시절에 갖고 싶던 책을 손에 넣었을 때의 환희나 감격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무엇보다 책을 갖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던 자세는 드물게 괜찮은 나의 버릇이라 생각된다.

 

책장을 뒤적이다 문고판 수필집 몇 권을 발견한다. 한 손에 들어가는 크기의 문고판을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책 내용은 알찼던 문고판으로 흡족한 지식을 쌓았던 때가 많았다.

시집보다 작은 크기의 문고판 책들 중 각별히 아끼는 책 네 권이 있다.

이태준의 <무서록>, 김용준의 <근원수필>,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 피천득의 <수필>이 그 것이다.

한국 수필문학의 정수라는 상투적인 찬사로 이 책들을 평가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이태준 선생과 김용준 선생은 절친이어서 그런지 <무서록>과 <근원수필>에서 풍기는 인상은 비슷하다.

이 책들을 읽을 때 나는 잘 그려진 한국화를 감상하거나 조용한 호숫가에서 사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보통의 수필들에 비하면 이들의 글은 하늘을 나는 학과 같다는 어떤 이의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이태준과 김용준이 월북 작가여서 냉전 시대에 학교를 다녔던 나는 이들을 한참 후에야 알 수 있었다.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린 글들 중에 지금도 기억에 또렷히 남는 것은 김소운 선생과 피천득 선생의 작품이다.

김소운 선생의 <가난한 날의 행복>은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란 문구를 자동적으로 떠올릴 만큼 유명한 수필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한 김소운 선생의 수필집에 실린 다른 작품들도 읽고나면 코끝이 찡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피천득 선생의 작품 <인연>은 교과서에 실렸었다. 그의 수필집 <수필>에도 <인연>은 두 번째 작품으로 등장한다.

<수필>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시인처럼 여린 심성을 가진 작가의 눈으로 담아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책 네 권은 각기 서로 다른 색채의 감흥을 불러 일으키지만,

읽을 때마다 모두 진한 감동을 내게 전해주기 때문에 가끔씩 곁에 두고 여러 번 읽고는 한다.

잔잔하게 읽히는 좋은 수필 한 편은

시 한 편을 감상하는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1. 작지만 매우 알찬 내용을 간직한 문고판 수필집... 내가 정말 아끼는 책들..

 

2. 문고판은 시집보다도 작은 크기... 수필은 시집과는 또다른 감흥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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