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목련꽃에 관한 단상

빌레이 2011. 5. 7. 12:05

같은 봄꽃이지만 진달래, 개나리와 달리 목련은 화려하고 예쁘다.

목련은 정원을 화사하고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에 내게는 단독주택을 가진 이들의 특권처럼 보였다.

꽃봉오리를 오므리고 있는 목련꽃에서는 정말 소담스럽고 단아한 아름다움이 전해진다.

 

고향집을 새롭게 건축하고 난 얼마 후 마당 한켠의 정원에 목련 두 그루를 심었다.

아들과 딸을 위해 자기들 나무라는 생각이 들도록 어느 식목일에 같이 심었던 기억이 난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목련나무는 제법 큰 나무로 성장했지만,

봄철에 고향에 갈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작 두 나무가 꽃으로 단장된 모습은 보지 못했다.

 

작년 봄, 벨지움의 루벤대학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을 때,

숙소인 베겐호프를 가로질러 흐르는 운하엔 아름다운 자목련이 있었다.

처음 꽃봉오리가 올라올 때부터 녹음이 짙어질 때까지 그 목련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었다.

손수 심었던 고향집의 목련꽃은 감상하지 못하고,

머나먼 이국 땅의 소도시에서 차분히 꽃을 감상할 여유가 있었다는 건 아이러니다.

이제 고향집의 목련꽃을 보러 갈 수 있는 삶의 여유 정도는 갖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벤대학 기념품  (0) 2011.05.10
문고판 수필집   (0) 2011.05.10
강 같은 세월  (0) 2011.05.01
봄비 내리는 날에  (0) 2011.04.22
살다보면 황망한 때가 있다  (0) 2011.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