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오월의 첫 날입니다.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오월의 산하는 찬란히 빛나고 있습니다.
실내에 묶여있다보니 창밖 풍경으로만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봄비와 함께 번개 천둥이 어우러져 새생명을 예비하는 산모의 고통을 암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맑게 개인 오늘의 아침 햇살은 연초록 새잎으로 단장하고 있는 가로수를 더욱 신선하게 해줍니다.
다리를 다친지 3주가 넘었습니다.
지난 주는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강의하느라 몸은 좀 힘들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수술 부위의 실밥도 제거하니 샤워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내게 주어진 지금의 환경 속에서 그동안 누렸던 일상들의 소중함을 하나 하나 되새겨봅니다.
강의 준비하고 연구하는 일이 실내에서 모두 가능한 것에 감사하고 기쁨을 누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찾아드는 외로움과 답답함을 어쩌지 못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오늘 같이 비온 뒤의 산하는 더욱 깨끗해서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일렁입니다.
아파트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연초록 벚나무들을 보고 있으니 시집 <강 같은 세월>이 떠오릅니다.
어렵게 공부하던 시간강사 시절에 읽었던 김용택 시인의 시집입니다.
시집을 발표할 당시 시인은 자신이 흠모하던 김남주, 이광웅, 두 선배 시인의 죽음을 맞이했으며,
자신도 큰 병에 걸려 투병 중인 상황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나약해진 시인 자신의 몸 상태 때문에 사랑하던 두 선배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욱 애틋해져
그 가녀린 감성과 시인의 슬픔이 독자인 저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졌었던 생각이 납니다.
시집 <강 같은 세월>에 실렸던 시 두 편과
그동안 여행하면서 촬영했던 강줄기 풍경들을 몇 컷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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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같은 세월
김 용 택
꽃이 핍니다
꽃이 집니다
꽃 피고 지는 곳
강물입니다
강 같은 내 세월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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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나무
김용택
나도 너 같은 봄을 갖고 싶다
어둔 땅으로 뿌리를 뻗어내리며
어둔 하늘로는 하늘 깊이 별을 부른다 너는
나도 너의 새 이파리 같은 시를 쓰고 싶다
큰 몸과 수많은 가지와 이파리들이
세상의 어느 곳으로도 다 뻗어가
너를 이루며 완성되는 찬란하고 눈부신 봄
나도 너같이 푸르른 시인이 되어
가난한 우리나라 봄길을 나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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