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학창시절 배웠던 이조년의 시조가 생각납니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이 시조의 속 뜻이나 당시의 시대 상황 등은 잘 기억 나지 않습니다.
불면의 밤을 보내야 하는 시인의 생각이 참 마음에 들고 분위기가 차분해서 뇌리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자기 것인데 항상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건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머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생각은 온전히 자기 것이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사람의 마음은 자기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를 떠나 있으면 우리 나라 전체가 더 잘 보입니다.
머리 속의 이성적인 생각에 의지하면 불합리와 모순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는 내 나라에 대한 그리움은 어쩌지 못 합니다.
정 많고 가슴 설레임과 사랑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이러한 감정들은 병일 수 있습니다.
그 병은 좀 앓아도 좋은 병 같습니다.
투병 생활 후에 건강의 소중함과 가족 사랑의 중요함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 병도 좋은 것일 수 있습니다.
오늘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입니다. 멀리 있어 찾아 뵙지 못하는 불효자입니다.
생전의 아버지 모습, 내게 주셨던 아버지의 큰 사랑, 좀 더 잘 해드리지 못한 후회가 교차하니 눈물이 맺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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