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 선생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싶었습니다. 단양군수가 벼슬의 전부였던 이황 선생이 유명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율곡 선생과 퇴계 선생이 우리 나라 화폐의 모델이 된 이유를 저는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서양 학문을 업으로 삼는 저에게 외국 학자들보다 우리 학자들에 대해서 오히려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젊은 시절 정약용 선생을 흠모했습니다. 공부하다 힘들면 찾던 곳이 팔당 호반에 위치한 정약용 생가였습니다. 유교나 유학을 좋아하지 않았던 저에게 정약용의 실학 사상이 우리 근대화의 초석이라 생각했습니다. 막연히 퇴계와 율곡에 대해서는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그들을 이해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3월 1일부터 저의 안식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요새는 대학에서 안식년을 연구년이라 부릅니다. 안식년이라고 하면 쉰다는 느낌이 강해서 남의 눈치 살펴야 하는 한국적 상황엔 연구년이란 말이 맞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안식년이란 말이 더 좋습니다. 강의를 하지 않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장점이 많습니다. 안식년을 다녀온 선배 교수님들을 지켜보면 가시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안식년제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됩니다.
유럽으로 떠나기 전에 시간 허락 되는대로 부지런히 우리 산에 오르고 싶습니다. 청량산과 소백산도 그런 뜻에서 올랐습니다. 봄비 속에 정상부는 구름을 벗어나지 못한 시계 때문에 두 산 모두 중간에 내려와야 했습니다. 청량산에서의 세 시간, 소백산에서의 다섯 시간은 외로울 틈 없는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청량산을 내려와 도산서원에 들러 퇴계 선생을 생각했습니다. 학자로서의 삶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시작된 나의 안식년이 보다 뜻깊은 한 해가 되기 위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가오는 봄을 힘차게 맞이하고 있는 희방폭포의 시원한 물줄기가 아직도 아른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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