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날의 운주사 산책

빌레이 2009. 10. 6. 05:30

나주시 봉황면 고향집에서 가까운 곳에 화순 운주사가 있습니다.

다도면에 위치한 나주호를 휘돌아 불회사와 중장터란 곳을 거쳐 운주사에 이르는 한적한 길은 드라이브하기 좋습니다.

고향에 내려올 때마다 자주 둘러보던 코스입니다. 예전엔 아버지와 오토바이 타고 온 적이 많았습니다.

아버님 병환 중이실 때 자주 바람 쏘여 드리던 코스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아버지를 회상하며 추석 전날 홀로 운주사에 다녀왔습니다.

 

나주평야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도 산중의 느낌이 짙은 나주호 주변은 가을의 쓸쓸함이 물씬 풍깁니다.

한적한 도로 위에 떨어진 낙엽들이 바람에 제몸을 맡기는 모습이 처량합니다.

불회사를 지나쳐 중장터에 이릅니다. 옛날 스님들이 많은 시장이 섰다는 곳입니다.

나주시와 화순군의 경계지점이기도 합니다. 아버지와 함께 시제 모시러 오던 곳이기도 합니다.

중장터 가까운 곳에 운주사가 있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산 골짜기에 자리한 운주사는 이제 많이 유명해졌습니다.

 

아버지 살아계셨을 때 왔던 때보다 많이 깨끗해지고 정돈된 모습입니다.

연습삼아 만들어본 것 같은 돌부처와 돌탑들이 사방에 널려 있기 때문에 천불천탑도량이란 애칭이 운주사에 붙여진 듯 합니다. 

절 주위의 소나무 군락은 멋스럽지만 주변 산은 근래에 산불이 난 까닭인지 거의 민둥산입니다.

새로운 묘목이 심어진 것을 보니 숲을 이루기엔 시간이 필요한 듯 합니다.

대웅전 좌측 산 정상에 와불이 있습니다. 이 와불이 신문 광고에 크게 실리면서 운주사가 유명해진 것 같습니다.

석양 무렵의 햇살은 가을의 쓸쓸함을 더해줍니다. 곳곳에 아무렇게나 배치되어 있는 불상들이 폐사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슬픈 추억이 석양의 운주사 풍경과 함께 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