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길 [화적연 → 비둘기낭 폭포] - 2024년 9월 21일(토)

빌레이 2024. 9. 22. 09:57

지리한 무더위와 열대야가 물러나고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제부터 비로소 가을의 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밤 사이 비는 폭우로 변했다. 시간 당 100 밀리미터가 넘는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인 지역도 있다고 했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극단으로 치닫는 기후위기를 대할 때마다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이런 때일수록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그 소중함을 스스로 깨닫는 행동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운악산 우중산행을 계획하고 아침 8시에 서울을 나설 때만 해도 빗줄기는 제법 굵직했다. 포천으로 향하는 차 속에서 몸상태도 별로인 듯하여 즉흥적으로 목적지를 변경하기로 했다. 지난 겨울, 화적연 가는 길에 예기치 못한 폭설로 돌아서야만 했던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이 참에 걸어보기로 한 것이다. 오늘 내린 이 선택이 결과적으론 신의 한 수가 되었다.

 

한탄강의 절경 사이로 홍수가 난 것처럼 세차게 흐르는 강물을 따라 걷는 발걸음이 더없이 상쾌했다. 화적연에서 멍우리 협곡을 거쳐 비둘기낭 폭포까지 4시간 반을 걷는 동안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다. 공기는 신선하기 그지 없었으며 기온은 섭씨 17도에서 20도 사이로 걷기에 딱 좋았다. 풍광 좋은 강변의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점심을 먹던 순간에 밀려온 행복감은 도파민 과다분비로 나타난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했다. 비둘기낭 폭포에 도착한 순간, 걸어온 경로를 다시 되짚어 가도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으나, 피로가 몰려오고 미미한 허리 통증이 감지되어 더이상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카카오택시를 불러서 화적연 주차장으로 귀환했다.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 기사님의 안내로 와불산 주릉이 누워 있는 부처님 형상으로 보이는 특이한 풍경도 구경할 수 있었다. 밀림처럼 우거진 성하의 풍광 속에서 가을의 신선한 기운을 온몸으로 맞이할 수 있었던 오늘의 한탄강 주상절리길 트레킹이 한없이 행복하고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