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공작산(887m)엔 오늘이 처음이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포함되는 산이라고 한다. 공작산은 진즉부터 한 번은 오르고 싶은 산으로 나의 뇌리에 남아 있던 곳이다. 애초엔 공작고개에서 출발하여 공작산 정상을 다녀온 후, 수타사로 이동하여 산소길을 걸어보는 일정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막상 공작고개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홍천군에 들어서면서부터 흩날리기 시작한 이슬비가 그치지 않을 기세다. 하는 수 없이 수타사로 가서 산소길을 먼저 가볍게 걷기로 한다. 수타사 계곡 양안을 둘레길처럼 이어놓은 산소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풍광 좋은 산책길이다. 어제 내린 비로 한껏 풍성해진 계곡물과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주변 숲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비가 완전히 그친 것을 확인한 후 다시 공작고개로 돌아와 본격적인 산행에 나섰다. 능선길에 올라서면서부터 세찬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고어텍스 자켓을 입고 후드를 써야할 정도로 신경쓰이는 바람을 맞으며 정상까지 꾸준히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걷는다. 정상부는 군데군데 고정 로프가 설치된 암릉 구간이다. 해발 9백 미터 가까운 고도의 강원도 소재 산봉우리답게 주변이 온통 첩첩산중이다. 오랜만에 대하는 장쾌한 산줄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수타사에서 시작한다면 왕복 14km 거리의 제법 빡센 등산 코스가 될 것이지만, 공작고개에서 정상까지 2.7km인 최단 거리로 오른 오늘의 산행 코스는 어딘가 모르게 심심하여 특별한 매력은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새로운 장소가 주는 작은 설레임은 맛볼 수 있었다. 어제부터 제법 많이 내린 가을비 탓에 대둔산 암벽등반을 취소하고 대안으로 찾은 공작산이었다. 모처럼 추색으로 물든 호젓한 산길에서 폐부 깊숙히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켰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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