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불암산 [산머루산다래-실버 암장] - 2024년 2월 12일(월)

빌레이 2024. 2. 13. 09:12

설날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이번 설 명절엔 내가 귀향하지 않은 대신 어머니께서 상경하셔서 처음으로 우리집에서 명절을 쇠셨다. 진즉부터 추운 설 명절만이라도 장남집에서 쇠실 것을 권유 드렸었다. 하지만 명절 때 고향집을 떠날 수 없다고 그동안은 완강히 버티셨다. 팔순이 한참 지나 노쇠해진 후에야 어쩔 수 없이 당신의 고집을 꺽으신 모양새를 보면서 한편으론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어쨌든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에 우리집에 오신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들이 함께 모여 화목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큰누나가 집에 와서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하여 나는 맘 편히 산에 갈 수 있었다.

 

오전 10시 반에 당고개역에서 악우들을 만나 산머루산다래 암장의 양지바른 곳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아침 기온은 영하로 시작했으나 햇살 좋은 맑은 날씨에 오후엔 영상 10도까지 기온이 상승했다. 자욱한 미세먼지가 약간 거슬리긴 했으나 온화한 날씨는 등반을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슬랩을 몇 차례 오르내리면서 몸을 푼 후에 점심을 먹고 실버 암장으로 이동했다. 오후 시간엔 실버 암장의 직벽에도 햇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연휴 동안 충분히 기름진 음식과 술을 섭취하여 불어난 체중에도 불구하고 즐겁고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어서 감사한 하루였다.